삼성증권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홍콩법인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이로써 글로벌 증권사 도약을 목표로 했던 삼성증권의 해외사업 전략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현재 100여명에 달하는 홍콩법인 인력 중 적어도 50% 이상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많게는 홍콩인력의 3분의 2까지 줄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다만 구조조정 이후에도 홍콩사업은 계속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증권이 홍콩에서 주식 매매, 리서치 등 해외사업의 일부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증권은 2001년 4월 홍콩에 지점을 오픈했다. 2009년엔 자본금을 1억달러로 증자하고 지점을 법인으로 확대했다.이후 글로벌 IB(투자은행) 출신의 리서치, 주식세일즈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홍콩법인 인력을 100여명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인력확충 속도에 비해 매출 발생은 지연되면서 수익 부진을 보였다. 홍콩법인은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160억원, 2010회계연도엔 44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1회계연도에 들어서도 분기당 100억원씩 적자를 내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간 단위로는 400억~5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선 홍콩법인의 이 같은 실적 부진이 작년 12월 삼성증권의 최고경영자(CEO)가 박준현 전 사장에서 김석 사장으로 교체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증권사로서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역량에 비해 과도한 투자를 했던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1일 홍콩법인 처리방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1월31일 오후 6시58분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