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4월부터 300만원 이상 계좌이체를 받으면 10분이 지난 뒤 인출이 허용된다. 또 다음달부터 카드사는 300만원이 넘는 카드론 신청에 대해 2시간 이후 고객 통장에 돈을 입금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는 공인인증서 재발급도 본인이 지정한 3대의 단말기에서만 허용된다.

◆계좌이체한 돈 바로 못 찾아

300만원 이상 이체때 10분간 인출 제한
금융위는 보이스피싱 범인들의 50%가 5분 이내에, 75%는 10분 이내에 돈을 빼가는 점을 감안해 바로 돈을 찾지 못하도록 하는 지연인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의 84%가 300만원 이상 고액인 만큼 300만원이 넘는 돈을 보내면 10분간 계좌에 묶어 두도록 한 것이다.

은행들은 계좌이체 이후 10분간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보이스피싱 의심거래를 적발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은행의 모니터링 전담인력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 대책은 대다수 국민들의 금융생활에 불편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고강도 대책이 아니면 갈수록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는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파악된 것만 8244건, 금액은 101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

◆ARS 통한 카드론 금지

전화 한 통이면 바로 입금되던 카드론은 신청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지는 신용카드를 만들면 자동으로 카드론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따로 카드론을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

금융위는 여기에 더해 카드사가 300만원 이상 카드론 신청 고객에게 휴대폰으로 대출 승인을 안내하고 2시간 뒤 돈을 입금하도록 의무화했다.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72%가 2시간 안에 스스로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점이 감안됐다.

금융위는 또 고객확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온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한 카드론은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공인인증서 재발급도 3대의 단말기로 제한하기로 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인들이 자금이체를 위한 정보를 직접 습득해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은 뒤 이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지정하지 않은 단말기에서 인증서를 쓰려면 휴대폰이나 OTP(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로 추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500만원 이하 소송금지

금융위는 500만원 이하 소액사건에 대해 소비자와 금융회사가 분쟁조정절차를 밟고 있을 때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분쟁조정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금융회사의 소송 제기를 금지한 것이다. 500만원 이상의 경우에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소송을 중지할 수 있게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불리한 결정이 예상되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을 제기해 조정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기 때문에 만든 조항”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