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유럽 치료제는 '일자리'…EU, 820억유로 투입한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재정위기 탈출 해법으로 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유럽 각국이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것. 이는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긴축정책만 고집하다가는 근본적인 위기 해법을 마련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성장으로 실업·금융위기 넘는다

EU 27개국 정상들은 지난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갖고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중산층 보호, 중소기업 살리기 등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친화적 재정건전화’ 성명에서 “일자리 창출과 유럽식 사회모델 유지를 위해선 지속가능한 성장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타깃은 청년실업 해소에 맞춰졌다. 재정적자 감축과 사회불안 해소를 위해선 EU 평균 22%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게 급선무라는 것. 이에 따라 EU집행위 예산 중 낙후지역 개발자금 미집행분 820억유로(120조원)를 청년실업률이 높은 국가에 지원키로 했다.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긴축 처방의 큰 틀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기부양과 같은 효과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청년실업률이 30%가 넘는 8개국이 주요 수혜국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각국은 4월까지 고용친화적 성장정책을 다시 수립해 예산을 중점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EU 차원에서 개별 국가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EU 회원국들은 기업이나 노조 등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학교 졸업 4개월 전에 일자리를 마련해주거나 교육훈련·직업교육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청년 창업 관련 절차도 대폭 간소화한다. 영세기업에 대한 각종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원, 긴급 대출도 확대한다.

이 밖에 EU 정상들은 경기회복을 위한 교역 확대 차원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논의했다. 성명은 “올해는 주요 교역파트너들과의 무역협정에 있어 결정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재정협약 합의

이날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국 정상들은 재정통제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신(新)재정협약에 합의했다. 새 협약은 3월 초 각국의 승인을 거쳐 발효된다. 기존 유럽통합조약(리스본조약)을 개정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나라만 정부 간 형태로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들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예외적인 상황에는 3.5%까지 용인) 이하로, 누적 국가부채는 GDP의 6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유럽사법재판소가 GDP의 0.1%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EU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한다.

이와 함께 상시 위기대응 기금인 5000억유로 규모의 유로안정화기구(ESM)를 올해 7월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ESM 규모의 확대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