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모로코와 튀니지에서 최근 반정부, 반(反) 강경 이슬람을 외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벌어졌다. 모로코 시민이 자국 최대 도시 카사블랑카에서 정권 교체를 요구하며 다시 한번 거리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고 이란 관영 프레스TV가 30일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19일 수도 라바트에서 실직에 항의하던 5명이 교육부 청사에서 분신을 기도하고 뒤에 발생한 것이다. 당시 분신을 기도한 5명 가운데 3명은 중화상을 입었다.

모로코는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 리비아, 예멘의 독재자를 차례로 몰아낸 ‘아랍의 봄’ 영향을 받아 반왕정 시위가 확산됐으나 모하메드 6세 국왕의 개혁 약속과 헌법 개정, 총선 실시 등으로 체제 전복까지 가진 않았다. 그러나 최근 직장을 구하지 못한 모로코인들은 거의 매일 일자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국왕이 여전히 핵심 권력과 군부를 장악해 개혁이 충실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치러진 자유선거도 진정한 민주개혁을 이뤄내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로코의 공식 실업률은 9.6%이나 34세 이하의 경우 실업률이 31.4%에 달한다.

‘재스민 혁명’의 발상지인 튀니지에서도 지난 28일 시민 8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슬람 강경 조직 살라피스트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지난해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퇴진 이후 살라피스트가 득세하면서 민주주의와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튀니지는 50년 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 종교와 체제를 분리한 ‘세속 정부’가 지배했다. 그러나 벤 알리 정권 몰락 후 살라피스트는 이슬람의 핵심 교리를 실천해 세속 법을 바꾸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난해 11월 튀니스 인근 마누바 대학교에서는 40여명의 이슬람주의자가 몰려와 학생, 교직원을 억류하고 율법에 따라 남녀 분리 수업을 실시할 것, 여학생은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니캅을 쓰게 할 것, 교내에 기도실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석달 전에는 튀니스에서 150㎞ 가량 떨어진 소세의 한 대학교에 이슬람주의자들이 여학생에게 니캅을 쓰게 하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겠다고 몰려들어 소동이 났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