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2조 풀지만…삼성, 깊어지는 'PS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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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 - 사내 밴드 이름까지 'PS' '인센티브'
시행 10년째…논란 커져…외부 따가운 시선도 부담
내부선 "PS제도 손봐야"…대안 마련 쉽지 않아 고심
시행 10년째…논란 커져…외부 따가운 시선도 부담
내부선 "PS제도 손봐야"…대안 마련 쉽지 않아 고심
삼성그룹이 기본급 외에 직원들에게 주는 성과급이다. 동시에 삼성의 사내 밴드 이름이기도 하다. 성과급을 기다리는 삼성 직원들의 열망이 동호회 작명으로까지 표출된 셈이다.
삼성 경영진의 PS(profit sharing)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PS는 각 계열사가 연초 수립한 이익목표를 달성하면 초과 이익의 20% 내에서 임직원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이듬해 1월께 지급하는 삼성만의 독특한 성과급 제도. “동기끼리도 급여가 3배 차이가 나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차등 성과보상 철학에 따라 삼성은 2001년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해 매년 2조원가량을 PS로 풀고 있다. 하지만 시행 10년이 넘어서면서 PS를 둘러싼 잡음이 늘어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삼성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삼성 직원들은 선의의 경쟁을 즐기며 세계 1등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요즘 일부 젊은 직원들은 돈이 제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잘하는 사람을 더 잘하게 하려는 PS 본연의 목적보다는 돈 자체를 우상시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풍조는 PS가 지급되는 1월 말이면 절정에 이른다. 회사에선 온통 “우리 PS 얼마 받을까”라는 얘기뿐이고 집에서도 “PS 언제 나오냐”는 질문만 받아 삼성 직원들의 PS 스트레스는 최고조다.
‘PS 폐인’이 많아지는 데 비례해 그룹 내 위화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 인트라넷인 ‘싱글’ 등에는 “다같이 고생했는데 왜 누구는 50%고 누구는 만날 쥐꼬리 PS냐”는 불만과 “내가 적자 사업부 오고 싶어 왔냐. PS 많은 사업부로 보내달라”는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며느리도 모르는 PS의 구체적인 기준과 산식을 공개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지난해 50% PS를 받았다가 올핸 한푼도 못받은 계열사가 나오는가 하면, 사상 최고의 실적에도 조직 개편으로 적자 사업부와 동일한 PS만 손에 쥔 회사가 생긴 탓이었다.
사회적 비판도 부담이다. 연봉의 최고 50%를 일시에 받는 PS 특성상 과장 5년차면 2000만원대를 한 번에 받게 돼 외부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삼성의 한 과장은 “다른 기업에 비해 기본급이 적고 성과급 비율이 높은 데 PS만 보고 무조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으로 오해해 연초면 한 턱 쏘라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2010년 PS 등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직원 평균 급여는 8640만원으로 대우증권(9200만원)이나 코리안리(9000만원) 같은 금융업종에 비해 적었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 “PS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본급 비율을 올리고 PS 같은 성과급 비중을 줄이거나 PS 자체를 월급처럼 나눠 지급하자는 ‘전면 수정론’부터 계열사 간 차이나 사업부별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미세 조정론’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삼성 내 내로라하는 브레인들이 오랜 기간 연구한 끝에 만든 PS 제도 이상의 대안을 내놓는 것도 쉽지 않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차원에서 인사 쪽에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내놓을 만한 카드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고충을 반영하듯 삼성은 PS 지급 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민하다 당초 계획보다 3~4일가량 늦은 31일 일괄 지급한다. 계열사별 PS 지급 비율 공지도 예년보다 늦은 30일에 이뤄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올해 유일하게 50% PS를 받고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반도체사업부는 42~45%를 받는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IT솔루션사업부는 12%,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12%에 월 기본급의 200%를 위로금 형태로 받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코닝정밀소재 등은 40%대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