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소득재분배 확대 "OK"…기업규제 "NO"
우리 국민들은 기업규제 노사관계 부동산정책 등의 분야에서는 시장경제 원리를 지지하는 반면 중소기업 보호와 소득재분배 등에서는 정부 개입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30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장경제연구원과 함께 전국 1500명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경제정책 태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정부,기업활동에는 간섭 말아야

이번 설문에서 국민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대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은 적극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가 주도해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자칫 정부의 개입이 기업의 혁신과 창의적 노력을 꺾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주장은 연령대, 교육수준, 연소득과 상관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장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가격이 들썩거리는 부작용을 경험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노사간 분쟁이 생겼을 때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노사 양측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는 쪽이 우세했다.

◆中企·재래상인 보호 필요

국민들은 적어도 기업활동에 관해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복지와 소득격차 등 시장이 자생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소기업과 재래시장 보호에 대해서도 정부의 개입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이 특정 업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보다 우세했다. 정부가 재래시장 상인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항에 대해서도 대기업들의 SSM 진출을 제한하는 데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하느냐는 문항 역시 3.00점으로 빈부 격차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요청했다. 부유층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증세는 돈을 더 벌려는 동기부여를 감소시키므로 반대한다’는 생각보다 강했다.

공기업 민영화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3.99점으로 중간값(4점·보통)과 큰 차이가 없어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조사는 시장과 정부 간 기능 재조정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정부와 시장 간 관계의 논의가 단순한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각론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