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까르푸…"월마트에 넘어갈수도"
프랑스 대형 할인업체 까르푸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기로 했다. 2008년 이후 세 번째다.

로이터통신은 “까르푸 이사회가 라스 올로프손 CEO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9년 올로프손이 취임한 이후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프랑스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0.9%포인트 하락해 42%에 머물렀다. 주가도 30%가량 떨어졌다. 다음 수장은 프랑스 소매업체 비바르떼의 조르주 플라사 대표로 알려졌다. 올로프손도 위기를 타개하지 못하자 까르푸는 소매부문의 베테랑인 플라사에게 기대를 걸기로 한 것이다.

까르푸가 이처럼 위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자 다른 업체에 인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눈독을 들이고 있는 업체는 세계 1위 유통업체 월마트. 블룸버그통신은 “월마트가 까르푸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까르푸의 위기는 할인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정책의 실패에서 시작됐다.

◆가격 경쟁력에 밀려

이코노미스트는 까르푸의 실패 요인으로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까르푸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제품을 8.8%가량 높은 가격에 팔고 있다. 고객들이 할인매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까르푸는 정반대의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까르푸에는 비싼 유기농 야채, 고급 화장품을 파는 매장이 다른 업체들보다 많다. 이코노미스트는 “까르푸를 찾는 사람들은 할인을 원하지 비싼 야채를 원하는 게 아니다”며 “까르푸는 가격을 더 낮출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객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관만 중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까르푸는 매장 면적과 장식 등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까르푸는 1만㎡에 달하는 이른바 ‘까르푸플래닛’ 매장을 늘리고 있다. 특히 올로프손은 ‘클수록 좋다’는 전략으로 매장 크기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 NYT는 “유럽 할인마트의 평균 면적은 3000~5000㎡”라며 “면적을 줄일수록 자본이 적게 들지만 까르푸는 매장 외관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진 면하기 힘들 듯

이 같은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까르푸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까르푸는 전자제품, DVD, 책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제품들은 지난 4년간 평균 20%가량 매출이 줄었다. 코메르츠은행의 위르겐 엘퍼스는 “식료품을 제외한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까르푸는 오히려 식품 부문 대신 비식료품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력 품목 선택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까르푸 실적이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까르푸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YT는 “새로운 CEO를 맞이하는 등 위기 타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다른 업체에 인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마트가 가장 적극적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손자 스튜어트 월튼이 직접 팀을 꾸려 까르푸를 사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