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앞서는 도요타보다 덜 일하고 어떻게 경쟁하란 건지…"
한국에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이어진 지난 2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는 도요타의 부활을 점치는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도요타가 올해 생산대수를 지난해 795만대보다 20% 늘어난 950만대까지 확대해 제너럴모터스(GM·지난해 903만대)를 제치고 1위 탈환을 노린다는 기사였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 우리 정부가 그 틈을 비집고 고용창출을 요구할 때 도요타는 또다시 부활의 노래를 부르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도 이전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애를 먹었으나 임금 및 근로시간 유연성, 높은 생산성 등을 통해 난국을 극복했다.

◆도요타는 점진적 단축

자동차업계의 장시간 근로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한때 골칫거리였다.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장시간 근로는 불공정 거래”라며 시비를 걸자 자동차업계에 근로시간을 줄여줄 것을 권고했다. 급작스러운 단축보다는 점진적 축소 방식이었다. 일본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인 자동차업체는 엔고로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자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1991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도요타의 경우 연간 노동시간이 1991년 2417시간에서 1996년에는 2050시간까지 5년간 367시간이나 줄었다. 소정 근로시간을 꾸준히 줄이고 잔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연착륙에 성공했다.

노조도 인간다운 삶을 외치며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거들었다. 도요타의 후지이 히데키 미디어 담당 부장은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려는 근로자들의 욕구도 근로시간 단축을 하는 데 기여했다”며 “근로시간 단축은 사회적 분위기를 맞추면서 노동자들의 일할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뒷짐을 지고 있던 우리 정부가 하루아침에 근로시간을 단축한다며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에선 정부의 갑작스런 행태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 창출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일자리 창출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경쟁업체에 비해 시간당 생산성이 훨씬 떨어지는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증가는 기업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유지수 국민대 교수는 “도요타는 노동강도가 센 반면 현대차는 노동강도가 약한데 근로시간을 줄이고 새 인력을 고용하라는 것은 외국기업에 훨씬 많은 시장을 뺏기게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휴일수당 350%, 사실인가?”

후지이 부장은 현대차의 휴일 연장근로수당이 350%에 달한다고 소개하자 “사실이냐”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대차 생산직의 경우 잔업비와 특근비 비중이 전체 임금의 40%에 달한다. 주말 특근수당은 평일 기준임금에 비해 최고 350% 많다. 이에 비해 도요타는 휴일근무의 경우 기준임금의 140%를 받는다. 국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휴일특근 등 비정상적인 근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현대차의 휴일특근수당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며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이전에 이러한 비정상적인 수당을 국제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유연성도 도요타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일본 노동기본법 36조에 의거해 도요타 노사는 월 최대 90시간, 연 최대 720시간 잔업을 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고 있다. 주당 평균 60시간을 근무할 수 있는 체제다. 일감이 몰리면 언제든 잔업이나 휴일특근으로 생산할 틀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노사관계는 균형이 중요한데 사용자의 효율성에서 노조의 형평성으로 정부의 정책이 이동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외국보다 강한 규제를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려는 ‘잡셰어링(job sharing)’이다. 많은 선진국 기업들은 경기침체기에 일감 감소로 해고 대신 근로시간을 줄였다는 사실이 최근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1993년 근로시간을 주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단축하고 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해 임금보전도 하지 않았다.

도요타(아이치현)=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