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법치주의 농단하는 금융위
론스타가 이 나라를 떠나기는 떠나는 모양이다. 완전히 철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시원하다. 말도 많고 문제도 많은 사모펀드가 주요 은행을 점거하고 보여준 행태는 다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금융에 관한 한 국경이 활짝 열려 있는 마당에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엄청난 이익을 챙겨 떠난다고 하지만 떠난다는 데 더 큰 방점을 두고 싶다.

론스타가 이 나라를 떠나는 것에 관하여는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결정에는 간과하기 어려운 너무나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론스타를 금융자본으로 판정하면서 “론스타는 법문에 따르면 산업자본이지만, 입법 취지 등을 감안할 경우 산업자본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법 해석이라는 말인가. 성문법의 국가에서 법을 법조문에 따라 해석해야지 다른 무엇을 따른다는 말인가? 더욱이 부연설명을 하면서 우리의 법은 내국인에게는 적용되고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금융위원회는 뭐하는 기관인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가 아니면 법을 만드는 기관인가? 아무리 궁구해 보아도 법을 만드는 기관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입법취지와 조사관행 운운하면서 얼렁뚱땅 법을 하나 만들어 버렸다. 이런 엄청난 월권을 허용한다면 이 나라의 국기가 흔들릴 것이다.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법이 외국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와 같은 해석은 앞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뿐만 아니라 국제거래에서 내국인의 협상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론스타를 이번 기회에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렇더라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이유를 법에 맞게 해석하는 노력을 치열하게 했어야만 했다. 실정법을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차등 적용하면서까지 론스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면 금융위원회가 만회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하거나 우리 국민을 우습게 보고 하인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의사결정에 참여한 위원들은 전원 사퇴하라. 당신들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것을 인정한 이상 이 나라와 금융감독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나라는 법치주의 국가다. 모든 국가기관이 나서서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함으로써 법을 만드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검찰과 사법부의 법적 판단에 있어서도 일관성 부족 때문에 많은 문제가 파생되고 있는 마당에 행정부까지 나서 입법취지와 조사관행을 들어 법조문을 무시한다면 누가 법을 지킬 것인가.

지금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국정이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본다. 다음 달이면 4년이 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리는 너무나 큰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인사와 가벼운 언행에 따른 신뢰의 상실, 그리고 정책 실패 때문에 나라의 가는 방향이 모호해져 버렸다.

아니 우리는 또 다른 경제위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계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는 경제위기는 실제로 정치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증가할 때 일어난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이번 금융위원회의 론스타 관련 결정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것으로 생각된다. 말이 안 되는 법해석 때문에 노조와 국민과 정치권이 반발하고 외국인들은 정부를 비웃을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금융위원회의 월권에 흥분하다 보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과연 바른 선택인가를 따져보는 것을 간과할 수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국내 2위의 금융그룹이 됐다고 할 때 과연 그와 같은 규모의 자산과 위험을 잘 관리하는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어차피 이 정부의 문제해결 방식은 눈과 귀를 가리고 무시하는 것이니 이를 논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