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發電펀드 CEO 된 구본진 前차관보, '트루벤 인베스트먼트' 대표 맡아
30여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지난달 용퇴한 구본진 전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55·사진)이 민간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구 전 차관보는 최근 여의도 신한금융투자타워에 민간 인프라 개발 펀드인 ‘트루벤(Truben)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대표 이사직을 맡았다.

그가 공직에 머물지 않고 민간으로 향한 것은 ‘도전 정신’ 때문이다. 공직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민간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해보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발전 쪽을 선택한 것에 대해 그는 “작년 9월 전력수급 불균형에 따른 정전 사태를 보고 느낀 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우선 화력 발전소 건립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화력 발전소 사업과 관련해 현재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중으로 조만간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 건설사와 전략적 제휴 등의 협력방안 협의를 시작했고, 국내 대형 금융사들도 참여 의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구 전 차관보는 “자본금은 지인 등이 조금씩 출자를 했고 건설 부지 등이 정해지면 기관투자가들을 모을 것”이라며 “화력발전소 건립은 20~3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지만 은행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원전 건립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한국에서도 화력이나 풍력, 신재생에너지 쪽 비중을 늘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 전 차관보는 북한 경수로발전소 건설 업무를 담당한 뉴욕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재정국장으로 쌓은 국제금융과 에너지정책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지자체와 지역주민 등 무수히 많은 이해 당자사들과의 협의와 조율이 있어야 한다”며 “공직에서 갈등이나 위기 관리를 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전 차관보는 “공직에서 항상 ‘갑’ 역할만 해서 부탁하고 설득해야 하는 민간의 ‘을’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을 주위에서 들었다”며 “하지만 정부 부처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을’의 자세로 일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지방 출장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새로운 도전이어서 무척 흥분이 된다”며 “민간 기업을 키우는 것도 공직과 마찬가지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출신인 구 전 차관보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기획재정부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퇴직하기 직전 재정부 공무원들로부터 ‘가장 존경하는 상사’에 뽑히기도 했다.

고위 공직자의 펀드 매니저 변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2005년 사모투자전문회사인 보고펀드를 설립한 후 현재 1조2000억원을 운용하고 있으며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역시 2004년 칸서스자산운용 대표를 맡아 2조9000억원을 끌어모았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