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동성 '2차 방어선' 만든다
정부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금융 기관들을 동원해 외화유동성의 ‘2차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외화유동성의 ‘1차 방어선’에 해당되는 18개 은행의 외화자금 조달이 거의 완료됐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9일 “작년 말부터 4개 정책금융 기관이 외화 여유자금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금융기관별로 10억~20억달러씩을 조달해 총 80억달러 규모의 외화유동성을 가급적 빨리 확보하자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차 방어선이 바닥나게 되면 중소기업들의 무역금융이나 외화대출 등으로 쓰는 2차 방어선 용도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국가신인도와 직결되는 한국은행의 3000억달러 규모 외화보유액에 가급적 손을 대지 않기 위해서다.

금융감독 당국이 생각하는 1차 방어선은 은행들이 작년 하반기에 확보한 외화유동성이다. 현재 270억달러 규모다. 평상시 은행들이 유지하는 외화유동성 100억달러 안팎의 3배 수준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장기 외화차입 310억달러와 비슷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매월 은행별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 놓였을 때 3개월을 버틸 수 있는지를 보고 있는데 지방은행을 포함해 거의 모든 은행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방어선 구축 ‘임무’를 받게 된 4개 정책금융기관 중 수출입은행은 벌써 올 들어 31억달러를 조달, 올해 자체 목표발행액(110억달러)의 30%가량을 채운 상태다. 기업은행도 지난 17일 호주에서 캥거루본드(호주달러표시 외화채권) 3억6000만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이외에 산업은행은 2월 말~3월 초에 글로벌본드를 발행할 예정이고, 정책금융공사도 2월 중 호주에서 캥거루본드 2억~3억달러어치 발행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가급적 빨리 외화자금을 조달하도록 정책금융 기관들에 독려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계 발행 물량이 갑자기 쏠릴 경우 가산금리(스프레드)가 높아질 우려가 있어 적정하게 시기를 안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등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여파가 앞으로 1~2년간 지속될 수 있어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며 “유럽계 채권 만기가 몰려 있는 2~3월뿐 아니라 하반기까지도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한국을 찾아 경제·금융지표를 점검한 국제통화기금(IMF) 실사단은 우리나라의 외화방어선 구축과 관련해 “충격을 견딜 수 있다(resilient)”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단은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책 준비로 매우 인상적이고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