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의 대한은박지 인수가 대한은박지 노조의 반발로 삐걱거리고 있다. 인수를 위한 실사가 장기간 지연될 경우 딜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참치 통조림에 사용되는 포장재 부분을 강화할 목적으로 대한은박지를 인수하려던 동원그룹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2월 말 대한은박지 인수 본입찰에서 1247억원을 제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한 달이 되도록 정밀실사 작업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 대한은박지 노조가 실사현장 등을 점거, 실사 진행이 불가능해 법원에서도 동원 측에 실사 통보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은박지 노조는 지난해 12월 우선협상자 선정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인수 거부 움직임을 보였다. 통상적으로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진행돼야 하는 정밀실사는 이 같은 노조의 반대 움직임과 노조위원장 선거 일정 등이 겹치면서 계속 지연돼왔다.

대한은박지 노조는 △고액배당 금지 △본업 외의 설비투자 금지 △우회상장을 위한 합병 금지 △내부자금의 사외 유출 금지 △매각위로금 지급 △고용보장 등을 명문화할 것을 동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반대가 강경해 실사가 오래 지연될 경우 딜 무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인수·합병(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 기업의 특성상 빠른 신규 자금 유치가 관건”이라며 “대한은박지 인수가 노조 반대로 늦춰질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동원의 인수 포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원 측 한 관계자는 “인수하는 입장에선 빨리 결정이 이뤄지면 좋지만 아직까지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며 “법원과 자문사 측의 의견 등을 참고해 적합한 절차를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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