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사적 이해 때문에 공적 사안을 그릇되게 판단할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어제 금융위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해 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옳은 판단이다. 더 미룰 일도 아니었고 미룬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그러나 론스타를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은 전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처음부터 무자격자에 의한 무리한 인수였다. 이미 10년에 육박하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신뢰의 이익이 형성된 것일 뿐이다. 더구나 론스타에 귀책 사유가 없는 것이 분명한 터여서 이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무리하게 넘긴 김대중 정권과 당시 고위 관료들, 그리고 아마도 깊숙이 관여돼 있을 소위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밝히고 책임져야 할 문제다.

그런데 어제 금융위는 지극히 조리없는 말과 횡설수설의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산업자본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인 인수였다는 결론도 아닌 결론을 조작해내고 말았다. “론스타를 산업자본이라고 하면 씨티도 산업자본”이라거나 “은행법은 국내 산업자본에만 해당하는 것”이라는 등의 해명은 실로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는 행정권의 재량 범위를 넘어서는 지극히 자의적인 처분이다. 모순이 있는 것은 그것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극복하는 것인데 지금의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의 오류를 거꾸로 정당화해버리는 실로 엄청난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로써 지난 정권의 중대한 과오와 부패와 스캔들이 이제 이명박 정권의 문제로 돼버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가 약속한 소고기 수입을 이명박 정부가 죄다 뒤집어쓰더니 정권 말기에 와서는 지난 정권의 부패문제까지 자진해서 뒤집어쓰고 있는 꼴이다. 실로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