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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과 날줄] 대통령 손녀가 더 관심 끈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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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의 계절 복지포퓰리즘 난무
    절실함 없으면 괜한 겉치레일뿐
    진심담아 다가서야 민심도 호응

    김정산 소설가 jsan1019@naver.com
    [씨줄과 날줄] 대통령 손녀가 더 관심 끈 까닭
    건강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오십이 넘도록 병원에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건강 하나는 타고났다고 아무데서나 오만과 건방을 떨고 다녔다. 까불다가 벌 받는다고 어른들이 말할 때도 벌 한 번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더 까불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벌을 받았다.

    작년 한 해 온갖 병치레로 고생했다. 신년벽두부터 앓은 신종인플루엔자A를 포함해 1년 열두 달을 병석에서 지냈다. 어쩌면 그렇게도 각종 병마가 골고루 찾아오는지, 괴롭다 못해 나중에는 신기할 정도였다. 여름에는 급기야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 날짜를 잡아놓고 며칠간은 온갖 번민과 상념이 꼬리를 물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큰 병 앞에서 삶이란 너무도 절절하고 절박했다. 산다는 건 무엇을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더할 나위 없는 목적임을 확연히 깨달았다. 살아나기만 한다면 무슨 고통이든 감내할 수 있고, 어떤 대가도 군말 없이 치를 수 있겠다는 절절함과 절박함, ‘신외무물(身外無物)’이란 옛사람의 표현은 평소 즐겨 쓰던 말인데 그 속에 담긴 온전한 뜻을 느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지식보다 느낌, 그 느낌의 절절함과 절박함이다.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얼마나 좋습니까?” 문병 온 사람이 위로랍시고 하는 말이었지만 귀에 거슬렸다. 예전에 내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인데 그 벌을 받는구나 하면서 마음을 달랬다. 성한 사람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 한마디가 아픈 사람한테는 상처를 줄 수 있다.

    좀 다른 말이지만 한창 자본주의가 일어나던 시기에 자본가 세력에 대항해 노동계급이 세력화하면서 노동운동을 활발히 전개했지만 ‘불쌍하고 가난한 노동자’로 자처하던 그들조차도 우리 같은 가난한 글쟁이 아웃사이더에게는 생계가 보장된 ‘팔자 좋은’ 부류였음을 아시는지. 요즘 용어로도 우리는 영원한 비정규직이다. 4대 보험도, 실업수당도, 이 사회가 만들어낸 그 어떤 복지정책도 우리와는 하등 무관하다. 오늘 글을 쓰지 않으면 내일부터 당장 굶어야 하는 게 글쟁이들인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복지와 포퓰리즘 논쟁은 또 과연 어떻게 비치겠는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5000만의 인생들은 제각기 다르다. 그 다른 인생에서 아쉬운 것, 절절하고 절박한 것들도 모두 다르게 마련이다. 건강을 잃은 사람에게는 건강을 제외한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듯이, 사람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따로 있다. 그 절절함과 절박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겉치레로, 인사치레로, 아무 느끼는 바 없이 그저 입으로만 지껄이는 소리나 거짓행동들은 오히려 상처를 주고 분노를 일으킨다.

    시쳇말로 정치의 계절이 또다시 도래했다. 앞으로 두세 달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동량지재들이 쏟아져 나와 수없이 달콤한 약속들을 쏟아놓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춰 그들이 쏟아놓을 감언의 대부분은 듣지 않아도 허언(虛言)들이다. 누가 아느냐? 말을 하는 당자만 빼고 모든 이가 다 안다. 어떻게 아느냐? 듣고 보는 순간 그냥 저절로 안다. 삶이 절절하고 절박한 사람에게는 진심과 거짓, 마음에서 우러나는 언행과 입에 발린 빈말의 경계가 절로 또렷한 법이다. 진심으로 민생을 걱정하는 것과 민생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에는 본질적으로 천양지차가 있다.

    정치는 진심으로, 절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닐 때 사람들은 재래시장을 찾은 대통령보다 그가 데리고 나온 어린아이 손녀가 입은 옷에 더 관심을 보이지 않던가.

    김정산 소설가 jsan10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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