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의 상승 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가팔랐다는 점 등에 비춰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수세 추가 유입이 둔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코스피지수의 숨 고르기 장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6일 오전 10시5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0포인트(0.22%) 오른 1956.63을 기록 중이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가 미 중앙은행(Fed)의 초저금리 시한 연장 방침에 힘입어 상승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도 오름세로 장을 시작했다. 그러나 장 초반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선·현물 매수세가 코스피지수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추이가 변수가 될 수 있어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원·달러 환율은 거래일 기준 엿새째 하락하고 있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00원(0.36%) 떨어진 1121.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1120.30원까지 밀려 112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최근 원화 가치 절상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이 멈췄을 때 외국인 차익거래의 이탈이 시작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는 주가 상승 기대와 함께 원화가치 절상 기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3000억원 가까이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를 지탱해왔다. 이 중 차익거래가 1조4000억원, 비차익거래 2조8000억원, 프로그램을 제외한 개별주식이 1조1000억원가량을 차지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 6월 이후 외국인 비차익 순매수 유입과 과거 캐리 자금 유입의 사례를 점검한 결과, 외국인 캐리 자금 유입은 중반 이상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캐리 자금 유입 둔화가 외국인 자금 이탈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증시 상승 강도 약화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작년 12월21일 이후 유입된 외국인 비차익 순매수 자금이 이미 3조2000억원에 이르러 과거 캐리 자금 유입시 평균 비차익 순매수 규모인 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또한 외국인 비차익 순매수 지속일수는 23거래일을 기록, 평균 지속일수 26일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 역시 "외국인은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 개별주 매매가 모두 순매수가 유입되는 대단히 좋은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면서도 "외국인 수급 개선이 변동성 안정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후의 증시 상황은 대단히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 둔화 가능성도 부담 요인이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차익 프로그램 매수 여력은 경험적으로 최소 1조원에서 최대 3조원 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선물 외국인 순매수가 둔화되고 있는 점은 베이시스의 반락을 유발할 수 있어 부정적이고, 선물 외국인 순매도에 따른 상승 사이클 종료를 걱정해야 할 때가 온 듯 하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