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국정연설서 부자 증세 정책기조 역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부자 증세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재정적자 감축 논쟁에서 빚어진 ‘버핏세’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임기 마지막 신년 국정연설에서 “부자들의 세제 혜택을 유지하길 바라느냐 아니면 교육, 의료연구, 강군 건설 등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길 바라느냐”며 “한해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는 소득의 최소 3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스스로나 많은 의원들이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도 했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한해 소득이 25만 달러 미만인 98%의 세금은 올라가선 안 된다"면서 "생계부담과 소득정체에 허덕이는 이들은 구제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2011년 재정적자 감축안을 논의할 당시 백악관과 민주당이 요구했던 버핏세 도입을 올해 중점 과제로 삼겠다는 뜻이어서 공화당과의 정면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버핏세 주장을 ‘계급투쟁’이라고 비난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공정’과 ‘평등’을 화두로 내세웠다. 유권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산층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는 열심히 일하고 책임을 다하면 보상받는 ‘건실한 경제(An economy built to last)’를 답으로 내놨다.

특히 "우리는 잘사는 사람이 줄어들고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는 나라로 남느냐 아니면 모든 사람이 공정한 대접을 받고 같은 원칙을 적용받는 경제를 재건하느냐의 결정적인 순간에 놓여 있다"는 진단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모든 이의 책임을 요구한다”며 “지금은 위에서 아래까지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와 제조업을 미국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세제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일자리와 이익 갖고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받고 반대로 미국에 머무는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에 초당적 협조를 요구하며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가치 혹은 공화당의 가치가 아니라 미국의 가치로, 우리는 이를 복구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 등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기 위한 무역단속 부서(Trade Enforcement Unit), 금융권의 부당이익을 감시하는 금융범죄 부서(Financial Crime Unit) 등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주택경기 위기를 가져온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관행에 대해서는 특별기구를 구성해 대처할 방침이다.

이날 연설은 CNN, 폭스TV 등 주요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으며, 백악관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실시간 중계했다.

한경닷컴 박은아 기자 sn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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