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언급 통해 북한에 간접적으로 메시지 전달
"한미동맹의 가치는 암묵적으로 재확인"

"한미동맹의 가치를 암묵적으로 재확인하면서 북한 문제의 시의성을 적절히 고려했다."

현지 정부소식통은 2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서 제시된 한반도 정책의 키워드를 이렇게 정리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주로 경제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인지 한반도 현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언급이 없었다.

그래서 이란 문제 등에 대한 언급에서 외교적 맥락을 풀이해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은 단호하게 막을 것"이라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옵션도 테이블위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 문제의 평화적인 해법은 여전히 가능하며, 훨씬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강조했고 "이란이 노선을 바꾸고 국제적 의무를 지켜나간다면 국제공동체와 다시 통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란 문제를 언급하면서 간접적으로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며 협상 테이블로 나오겠다고 한다면 미국도 이에 부응해 대화에 임할 것이지만 자꾸 시간을 끌면서 핵개발을 추구할 경우 이란 처럼 강력한 제재와 고립만이 가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북한문제에 있어 출범 이후 고수해온 소극적인 `전략적 인내' 정책에서 벗어나 지난해 여름부터 '관리적 개입'으로 기조를 바꿨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의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돌아오게 해야한다는 판단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뉴욕과 제네바, 베이징을 오가며 북한과 고위급 대화를 가졌고, 그 결과 북한은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에 동의하고 미국은 총 24만t의 대북 영양지원을 하는 선에서 큰 틀의 타협점이 형성됐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급진전됐던 북미 대화, 나아가 6자회담의 재개 흐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김정일 위원장 애도기간을 거치고 있는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유훈통치'를 바탕으로 대미접촉과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할지, 아니면 내부체제 정비를 위해 상당기간 대외접촉을 꺼릴지에 달려있다.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지는 가운데 연기됐던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말을 아끼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선택의 기로'에 선 북한을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지난 2010년 국정연설때 언급했던 '강력한 제재'라는 다소 자극적인 단어 등이 이번 연설에는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대북 정책 기조의 변경을 모색하던 지난해 국정연설에서는 "북한이 핵무기 폐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현지소식통은 "이번 연설이 기본적으로 경제회복과 고용증대, 그리고 공정사회 등 경제적 메시지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외교ㆍ안보 분야는 원론적 언급이 주를 이뤘다"면서도 "이란 핵문제에 대한 언급을 보면 같은 맥락에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향후 외교적 핵심이슈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 이 소식통은 "한미 동맹의 가치는 그 어느때보다 공고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자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현재의 한미 관계의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