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애플이 옆구리 치고 들어와 3~4배의 이익을 내는데 작년 삼성이 세계 휴대폰 매출 1위를 차지한 게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애플이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을 살펴보니 최 부회장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애플은 한 분기 동안 삼성전자의 1년치 영업이익 이상을 벌어들였고 삼성의 마지막 보루였던 매출에서도 앞섰다. ‘전인미답’의 실적을 이끈 주인공은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4S였다. 이 제품을 유작으로 남긴 잡스 효과가 톡톡히 한몫을 했다. 애플의 새 사령탑인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은 작년 4분기(2012회계연도 1분기)에 사상 최대인 463억3300만달러의 매출과 173억4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은 73% 늘어 같은 기간 삼성전자 매출(411억달러)을 앞질렀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122% 증가한 영업이익은 146억달러인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보다 18%가량 많았다.
애플의 4분기 영업이익률은 37.4%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률(11.2%)의 3배를 넘어섰고 휴대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15.8%)의 2배를 웃돌았다.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작년 10월에 나온 아이폰4S를 비롯한 아이폰 시리즈가 주도했다. 4분기에 아이폰은 1년 전보다 128% 늘어난 3704만대나 팔렸다. 판매액 기준으로 244억달러로 4분기 전체 매출의 52.6%를 차지했다. 아이패드는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1543만대가 팔렸고 같은 기간 아이팟 역시 1540만대가 소진되며 전 분기보다 133% 급증했다.

지역적으로는 선진 시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4분기 유럽과 북미 시장 매출은 1년 전보다 각각 52%, 84% 늘었고 전년 대비 일본시장의 매출 증가율은 220%였다.

송종호 대우증권 테크팀장은 “신흥 시장보다 선진 시장에서 아이폰4S가 인기를 끌었고 작년 11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미국에서 아이폰4의 가격을 인하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아이폰 등의 판매 호조로 애플이 지난해 172억6000만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사들여 2010년 세계 3위 반도체 구입업체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이어 2010년과 같은 2위를 기록했다.

애플이 높은 수익성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애플의 새 CEO인 쿡이 이번엔 원가 관리 측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신제품 효과와 잡스 후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서다.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잡스 사망 이후에도 애플의 30%대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가 넘볼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