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 은행과 국책 보증기관이 중소기업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따른 손실분담액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 위해 맞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늦어져 부실 기업을 조속히 정상화한다는 워크아웃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25일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조정위)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등 코스모텍 채권단은 기술보증기금(기보)을 상대로 ‘워크아웃 보증채무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채권금융기관(채권단) 협의회가 2010년 11월 결의한 워크아웃 방안에 따라 기보도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주장이다.

당시 기보는 채권단 일원으로 참석해 워크아웃 방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다른 채권단 80%가 동의해 안건이 통과됐다. 기보가 워크아웃 플랜을 받아들이지 않자 조정위는 작년 11월15일 은행권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인 조정 결정안을 내놓았다. 기보는 이에 대해 “조정위가 일방적으로 은행권 편을 들고 있다”며 조정위를 상대로 이달 중 ‘조정결정 변경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방침이다. 따라서 맞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채권단과 기보는 이미 몇 차례 법정에서 맞붙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2일 기보가 코막중공업 워크아웃 플랜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기보도 한창제지 워크아웃 플랜과 관련해 작년 1월 조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8월 법원의 조정 결정을 받아냈다.

채권단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하면서 애꿎은 중소기업만 피해를 입고 있다. 코스모텍의 경우 채권단 갈등으로 워크아웃 플랜에 규정돼 있는 출자전환이 1년 가까이 지연됐다. 온누리전자도 기보가 5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안을 거부하면서 경영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보가 지급보증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은행권의 주장과 지급보증 책임도 워크아웃 플랜에 따라 경감돼야 한다는 기보의 입장이 맞부딪치면서 중소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1월24일 오전 9시09분 보도

■ 워크아웃

workout. 도산 등을 피하기 위해 기업(채무자)과 채권단이 추진하는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말한다. 기업은 채무를 성실히 상환하는 의무를 진다. 채권단은 부채 상환 유예와 출자 전환, 이자 감면 등의 지원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