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출 일본…31년 만에 무역적자
일본이 지난해 31년 만에 무역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부품공급망 마비와 엔화 가치 상승 등으로 수출전선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원전 사고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력발전용 에너지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30%가량 줄었다. 역대 세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일본 재무성이 25일 발표한 ‘무역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수출-수입)는 2조4927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이 연간 기준으로 무역적자를 낸 것은 제2차 석유위기가 터졌던 1980년(2조6000억엔 적자) 이후 31년 만이다. 일본은 리먼브러더스 쇼크로 글로벌 경제가 얼어붙었던 2008년과 2009년에도 2조엔 이상의 흑자를 냈고, 2010년에는 무역수지 흑자가 7조엔에 육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거액의 외화를 축적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성장전략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지난해 수출액은 65조5547억엔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대지진과 엔고(高), 글로벌 경기침체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탓이다. 반면 수입액은 68조474억엔으로 12.0% 증가했다. 화력발전용 연료 수입액이 눈에 띄게 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원자로가 늘면서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일본의 LNG 수입액은 4조7730억엔으로 전년 대비 37.5% 급증했다.

한국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폭은 2조1004억엔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다. 감소폭은 1998년(65.0%)과 1982년(32.1%)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것이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데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 화석연료 수입 증가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다치 마사미치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무역수지에 서비스수지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 등을 합한 경상수지도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