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두발·복장 전면 자율화, 학내 정치활동과 집회 자유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을 26일 공포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청의 조례 공포 강행에 맞서 대법원 제소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교과부와 교육청이 정면 충돌하게 됐다.

2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안을 26일자 서울시보에 게재함으로써 공포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대영 부교육감 권한대행 시기인 지난 9일 서울시의회에 인권조례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19일 1심에서 벌금 3000만원형을 받고 석방된 곽노현 교육감이 20일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시의회에 재의 요구 철회 요청서를 보냈다.

이에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날 철회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공문을 교육청에 보냈다. 시의회 규칙에 따르면 재의 요구를 철회하려면 시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의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는 의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시의회와 교육청의 해석이다. 곽 교육감은 설 연휴와 이어진 25~27일 사흘간 휴가를 낸 상태로 다음주(30일)부터 업무에 복귀하지만 휴가 기간 중에도 조례 공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의 이런 움직임에 맞서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해온 교과부는 장관이 대법원에 제소하는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20일 곽 교육감에게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하라고 지시했다. 지방교육자치법은 교과부 장관이 교육감에게 재의요구 요청을 하면 교육감은 반드시 그 요청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과부는 곽 교육감이 지시에 불응하고 학생인권조례안 재의요구 철회를 강행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거나 곽 교육감에 대해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 고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조례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교과부 장관은 시도 의회의 재의결 사항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는 직접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이 장관은 곽 교육감이 조례를 공포하는 즉시 무효·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조례의 효력이나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대법원에 신청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철회’가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서울시의회의 철회 동의 과정에 절차적 하자는 없는 것인지, 학생인권조례 공포 과정을 ‘재의결’로 볼 수 있는지 등 여러 법률적 쟁점에 대해선 결국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