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막아라" 가구업계, 원가경쟁 돌입
국내 최대 가구업체인 한샘은 120만원 수준이던 인기 옷장 브랜드 ‘듀스페이스’ 가격을 지난해 말 99만원대로 대폭 내렸다. 설치가 쉽도록 다시 설계, 시공 직원의 시공 건수를 늘리고 자재비를 절감하는 방식 등으로 원가를 낮췄다.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와의 원가 격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한샘뿐만이 아니다. 2014년께 경기도 광명시에 대형매장을 내는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에 맞서기 위해 국내 가구업계가 수성(守城)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격 낮추고 틈새상품 개발

스웨덴 등 26개국에 28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1위 가구업체 이케아의 최대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이케아의 DIY가구(소비자가 스스로 조립·설치하는 가구)는 한샘 리바트 등 국내 브랜드 가구의 절반 값에 불과하다. 국내 가구업계가 두려워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한샘은 올해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제조원가를 30% 낮춘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한샘 관계자는 “이케아가 국내 1호점을 내기 전까지 가격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루네오가구는 틈새상품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신개념 스마트옷장 ‘에어샷’을 출시할 예정이다. 살균 항균 탈취 등의 기능을 갖춘 기능성 옷장이다.

○저인망식 유통망 확대

국내 가구업체들은 전국 단위의 유통채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창고형 대형매장을 운영하는 이케아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국 주요 지역에 영업망을 촘촘하게 구축, 소비자들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한샘은 1000여개인 부엌가구 제휴점을 연내 30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루네오는 16개인 직매장을 상반기 중 20개로 늘리고 160여개인 대리점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리바트도 전국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영업도 강화하는 추세다. 한샘은 지난해 월 70억원 안팎이던 온라인 부문 매출액을 월 200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리바트는 기존 쇼핑몰 외에도 사무용가구와 주방가구를 취급하는 온라인몰을 별도로 구축할 예정이다.

○할인점식 vs 백화점식 맞대결

이케아는 주로 도시 외곽지역에 연면적 5000평 안팎의 창고식 대형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을 쓴다. 서울 외곽인 광명시에 국내 1호점을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취급품목도 9500종으로 다양하다.

이에 맞서 한샘 리바트 등은 도심 중심상권에 백화점식 대형 직매장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이케아가 대형 할인점 형태라면 국내 가구업체들은 고급 백화점 전략으로 맞대응하는 셈이다.

한샘은 1500~2500평 규모의 대형 플래그숍을 서울(잠실, 방배, 논현)과 부산(센텀시티), 경기도 분당 등 5곳에 설치했다. 취급품목도 5000종가량 확보했다. 리바트도 서울(논현, 목동)과 대전, 광주 등 대도시에서 600여평 규모의 직영점 4곳을 냈고 앞으로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이케아의 중저가 DIY가구를 찾는 소비자들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제품 품질과 시공, 애프터서비스 등으로 차별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