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이 약 700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PEF 업계에 따르면 한라그룹은 최근 ‘동반성장 PEF(가칭)’를 조성하고 주요(앵커)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라그룹이 출자하는 금액은 4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나머지 자금은 위탁운용사와 다른 LP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결성총회는 내달 중순쯤 개최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PEF를 등록하는 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투자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산업(SI) 부문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그룹이 앵커 LP로서 PEF를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한라그룹의 출자 배경에 궁금증을 품고 있다. 신년 화두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내세우며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선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PEF를 주요 투자 대안 중 하나로 선택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8년 만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우군으로 나섰던 ‘산업은행 PEF’ 및 ‘H&Q-국민연금1호’가 대박을 터뜨린 것은 한라그룹 경영진이 PEF 출자를 검토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인수에 참가한 PEF들은 만도 상장으로 2년 만에 투자금액 대비 2배에 해당하는 자금을 회수했다. 연수익률로는 3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PEF업계 관계자는 “만도 상장 때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PEF들이 단기간 고수익을 기록해 투자금 회수를 지켜본 한라그룹 경영진은 그때의 기억이 분명 뇌리에 박혀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PEF 출자를 검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최근 여러 가지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PEF 조성을 하나의 후보로 올려놓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출자금액, 조성시기 등은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라그룹 계열사 한라건설이 지난 18일 공시한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은 이번 PEF 조성과 관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건설은 “유증으로 유입된 자금은 전액 부채상환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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