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올들어 2조9000억 매수…코스피 '계단식 상승' 힘 받는다
코스피지수가 대다수 전문가들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과 달리 연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중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돼 주가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새해 시작과 함께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는 3주 만에 5% 가까이 상승했다.

철강 해운 조선 등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던 업종도 큰 폭의 오름세다. 재정위기 관련 불확실성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인식 속에 코스피지수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계단식 상승’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3주 만에 2조8000억 매수

외국인 올들어 2조9000억 매수…코스피 '계단식 상승' 힘 받는다
코스피지수는 19일 22.58포인트(1.19%) 오른 1914.97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 종가가 1900을 넘은 것은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이다. 작년 말보다는 4.89% 상승했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완화된 것이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악재로서의 영향력은 줄었다는 분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주 프랑스 등 유럽 9개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후에도 유럽 주요국의 국채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시장은 이미 프랑스 등의 신용등급 강등을 예견하고 있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민간 은행에 대한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가동한 이후 은행권의 유동성 경색 우려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090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내 8거래일째 순매수를 지속했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9월1일의 1조926억원 이후 최대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2조8620억원으로 불어났다.

◆조선·철강·해운 소외 업종 반등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세는 조선 철강 해운 등 정보기술(IT) 업종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던 소외 업종이 이끌고 있다. IT주가 이미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직 저평가 상태에 있는 업종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KRX) 철강지수는 이날 1.47% 오르며 3일 연속 상승했다. 해운업이 포함된 KRX 운송지수는 지난 12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올랐다. 지난해 말에 비해 철강지수는 11.49%, 운송지수는 9.5% 각각 상승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KRX 조선지수는 이날 0.7% 하락했지만 작년 말에 비해서는 14.72%나 올랐다.

개별 종목 중에서도 현대중공업이 작년 말보다 18.1% 오른 것을 비롯해 포스코(7.11%) 현대상선(11.75%) 등 조선 철강 해운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소외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면서 코스피지수가 ‘계단식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악재가 나와도 주가가 급락하지 않고 단기 조정에 그치는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각수렴 돌파…추세 전환 가능성

기술적 분석으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기술적 분석가(차티스트)들이 주목하는 것은 코스피지수가 삼각수렴의 저항선을 뚫고 올라선 점이다. 삼각수렴은 작년 9월26일, 11월25일, 12월19일의 코스피지수 저점을 연결한 선과 10월28일, 12월5일의 고점을 연결한 선이 만나 삼각형을 이룬 것을 말한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삼각수렴의 저항선인 1890선과 12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해 추세 전환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이 1990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삼각수렴 패턴을 상향 돌파한 4번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예외 없이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상승 목표치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차적으로 1950~1960, 그 다음에는 208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정인지 동양증권 연구원은 “1960선에서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20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유승호/서정환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