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고아 머리 깎아주고 재소자엔 미용기술 전수
주인공은 홍도화 청주 예일미용고등학교 교장(59·사진). 18일 기자가 그의 학교를 찾아갔을 때 홍 교장은 앞치마를 두르고 학생들에게 가위질과 드라이 방법을 가르치느라 분주했다.
그가 운영하는 예일미용고는 2006년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2년제 전문고다. 홍 교장은 기자를 만나기 전엔 인근 사회복지관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충북 음성의 가난한 집 7남매 장녀로 태어난 홍 교장이 미용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미용실을 운영했던 이모를 도와 허드렛일을 한 게 계기가 됐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그는 20세 때 청주 시내 월세방을 얻어 미용실을 열었다.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홍 교장은 망설임 없이 ‘공부’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어려운 환경을 탓하기보다 꾸준히 공부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장은 서른 살이 돼서야 방송통신고에서 고등학교 졸업증을 딸 수 있었다. 1993년엔 국내 최초로 미용장 자격증을 취득했고, 2004년과 2008년 한남대와 서경대에서 각각 미용예술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내 미용예술학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건 홍 교장이 처음이다.
그는 공부뿐 아니라 미용봉사에도 열정적이다. 20세 때부터 1주일에 한 번 인근 사회복지관과 고아원 등을 돌아다니며 집 없는 노인들과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온 지 벌써 40년째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는 청주여자교도소를 매주 1~2회 방문해 재소자들에게 미용기술을 가르쳤다.
연고가 없는 재소자들에겐 영치금까지 넣어주고, 출소자들에겐 취업알선 등 재활 기회도 제공했다. 홍 교장의 교육 덕분에 2004년엔 청주여자교도소 재소자들이 전국미용기능인대회에서 충북 지역에선 처음으로 입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4년 전부터는 불우이웃과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0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그가 40여년을 봉사활동에 매진한 이유가 뭘까. 홍 교장은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며 “봉사는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그는 수차례 인터뷰 요청에도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알려지고 싶지 않다”며 한사코 거절하기도 했다.
홍 교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선 무엇보다 ‘직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교장은 “대학은 나중에라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취직이 중요하다”며 “포기하지 말고 ‘일하면서 공부한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청주=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