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8시 울산 남구 상개골프연습장. 평일인데도 타석이 모자라 1~2시간씩 기다리는 손님들로 연습장은 북적였다. 연습에 몰두하던 현대자동차 직원 김모씨는 “특근 한 번 하면 30만~40만원을 받기 때문에 한 달에 두세 번 필드(골프장)에 나가는 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 회사엔 회원 50명이 넘는 골프 동호회만 1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최해숙 상개골프연습장 대표는 “2000여명의 등록회원 가운데 절반은 퇴근길에 들르는 근로자”라며 “골프가 비싼 스포츠라지만 울산에서는 이미 5년 전부터 낚시와 등산처럼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대한민국 제조업의 중심지인 울산에는 연봉 6000만~7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며 화이트칼라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는 ‘네오 블루칼라(Neo Blue-collar)’ 계층이 적지 않다. 이들은 고소득,넉넉한 여가시간,탄탄한 복지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골프, 요트 등 고품격 레저·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네오 블루칼라’를 잡기 위한 백화점 은행 증권사 병원 외식업체 여행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롯데 등 지역에 진출한 대형 유통업계는 KTX 개통으로 쉽게 서울과 부산으로 명품 원정을 떠나는 고객을 잡기 위해 프라다,루이비통,까르띠에 등 명품을 경쟁적으로 유치할 정도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여유있게 은퇴 이후를 준비하며 ‘부유한 시니어(Wealthy senior)’의 삶을 꿈꾸는 근로자들도 부쩍 늘고 있다. 조용수 현대중공업 문화부장은 “울산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퇴임해도 울산에 남겠다는 직원들이 많다”며 “정년이 임박한 직원들 가운데 울산 인근에 전원주택을 지을 땅을 보러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퇴임 예정자들이 울주군,밀양,경주,영천,포항,영덕 등에서 전원주택지을 땅을 고르고 다니는 바람에 이 일대 땅값이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치솟았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