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1g에 12만원…쑥쑥 크는 '種子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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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토종씨앗 업체, 글로벌 금맥 캔다
금값보다 비싼 종자…수출 10년 새 11배
"골든 시드 육성" 정부도 4000억 투자
금값보다 비싼 종자…수출 10년 새 11배
"골든 시드 육성" 정부도 4000억 투자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는 “양배추만 해도 지역별로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현지에 맞는 품종을 빠르게 내놓지 않으면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선 이모작이 가능하게 빨리 자랄 수 있는 종자가, 유럽에선 고기를 싸먹기 위해 잎이 넓고 두께가 얇은 종자가, 중국엔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추위에 강한 종자가 각각 필요하다. 누가 현지에 맞는 종자를 얼마나 빨리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농우바이오(대표 김용희)도 해외시장 개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중국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두고 컬리플라워 등 글로벌 식탁을 공략할 종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토종 종자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종자 한류’를 퍼뜨리고 있다. “해외 종자 전시회에 가면 한국 업체들이 극진하게 대접을 받는다.”(류 대표) “김치를 담그는 데 필요한 고추 무 배추 등에서는 종자 품질이 세계 최정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서성진 농우바이오 부장) 농우바이오가 만드는 할라피뇨(중남미 고추) 종자는 글로벌 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다.
서 부장은 “우리 종자회사들이 해외에서 대접받는 것은 ‘상전벽해(桑田碧海)’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토종 종자업체의 대(代)가 끊길 위험에 처했기 때문. 종자 내수시장의 70% 가까이를 점유하던 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등 국내 간판 업체들이 노바티스 세미니스 사카다 등 다국적 기업에 줄줄이 인수·합병됐다.
명맥만 유지하던 국내 종자산업이 ‘잃어버린 10년’을 훌훌 털어버리고 ‘턴 어라운드’하고 있다.
‘한국 종자’가 부활하고 있는 건 아시아종묘 농우바이오 등 간판 업체들이 부가가치 높은 종자에 연구·개발(R&D)을 집중한 결과다.
아시아종묘의 경우 해외서 수입하던 녹황색채소를 적색·자색 채소로 개량, 미국 유럽 등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들 업체는 연 매출의 20% 정도를 R&D에 쏟아붓고 있다. 그 결과 1g당 가격이 12만원을 호가하는 토마토나 신품종 파프리카 종자를 개발 중이다. 금값(g당 약 6만원)의 두 배다.
발빠른 R&D 전략이 멘델의 유전법칙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종자 한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종자 대부분은 자연종을 교배시켜 만드는 교배종으로, 멘델의 유전법칙(어버이 종자의 열성 유전자가 2세대 자손부터 발현돼 어버이와는 다른 형질이 나오는 현상)을 따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종자를 사서 재교배한다고 해서 같은 품종을 얻어낼 수 없다는 얘기”라며 “농가들은 결국 매년 새 종자를 사야 하기 때문에 종자업체 입장에선 한 번 거래를 트면 수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도 ‘종자 한류’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부터 10년간 약 4000억원을 투입, ‘골든 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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