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고향에 가는 설날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고향으로 가는 즐거움이야 말할 나위 없지만 막상 귀성길 행렬에 오르고 나면 짜증스러운 고생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교통사고’까지 발생한다면 더욱 그렇다.

서울 명일동에 사는 정석훈 씨(38·회사원)는 올해 8살된 딸, 3살된 아들과 함께 대구까지 이동한다. 차량 안에는 어린이용 카시트를 준비했고 뒷좌석 안전띠도 점검했다. 얼마 전 안전띠 착용을 하지 않았다가 추돌사고를 경험한 그는 안전띠 착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어려서부터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번 설 연휴 기간 운전 중 어린 자녀들에게 반드시 뒷좌석에도 안전띠를 착용시키기로 다짐한 것이다.

그럼에도 겨울인지라 빙판길 교통사고가 걱정스럽다. 행복한 연휴를 즐기기 위해 안전운전은 필수다. 출발 전후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들을 정리하고 꼼꼼히 실행에 옮겨 안전한 설연휴 나들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온가족이 행복해야 할 설날에 교통사고로 얼룩져 명절을 망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출발전에는 타이어 공기압, 브레이크 작동상태와 배터리, 오일류, 냉각수, 워셔액 등을 점검한다. 사고를 대비해 운전면허증, 보험증권, 비상삼각대, 증거보존 스프레이, 보험사의 긴급출동서비스 전화번호도 필수사항이다. 출발 후에는 안전띠를 매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휴대전화 금지, 졸음운전 방지 등 안전운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안전운전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명절 분위기에 들뜨거나 막힌 도로에서 장시간 운전으로 짜증이 나면 과속하거나 끼어들기, 음주운전 등으로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

교통안전공단(이사장 정일영)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4년간 명절(설, 추석) 연휴 교통사고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이 같은 결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교통사고 1건당 사상자 수는 1.95명인 추석 연휴 때보다 설 연휴가 2.02명으로 3.5% 높았다. 평상 시(1.59명)보다는 2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의 하루 평균 통행기준이 추석 연휴보다 10.7% 적은데도 불구하고 사상자 수가 오히려 많은 것을 보면 설 연휴 기간의 교통사고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최근 4년간 설 연휴 하루 평균 발생건수는 420.5건으로 평상시 609.5건보다는 낮고, 추석연휴 515.6건보다도 낮았다. 이처럼 설연휴 사고 발생건수는 적은데 사상자 수가 많은 것은 귀성·귀경 시 가족단위 이동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또 설연휴 하루 평균 음주운전사고는 64.1건으로 추석연휴 82.9건보다 29.3% 낮으나 음주사고건당 사상자는 2.17명으로 추석연휴 1.92명보다 11.5% 높았다. 이 또한 교통사고 사상자 수를 높인 주요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설 연휴기간 사망자 수는 2008년 97명, 2009년 84명, 2010년 71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같은 기간 치사율도 3.4%에서 2.86%, 2.63%로 낮아졌다. 일반국도에서의 법규위반은 안전운전불이행이 860건(57.4%)으로 가장 많았고 신호위반(186건), 중앙선침범(170건), 안전거리 미확보(12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시간대별 교통사고는 저녁 6시부터 저녁 8시가 6%대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가 5%대로 뒤를 이었다. 전반적으로 새벽시간과 오전시간보다는 오후시간부터 자정까지의 시간대에서 높은 사고발생률을 나타냈다. 날씨별로는 맑은 날 80.3%, 눈길 10.4%, 흐리거나 비온 날 8.7% 등의 사고발생률을 보여 폭설 등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따른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속도로 교통사고 중 차량결함 요인을 보면 타이어 파열(62.2%)이 가장 많고 엔진과열, 제동장치 결함, 조향장치 결함, 하부장치 결함, 동력장치 결함, 전기장치 결함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은 명절뿐만 아니라 연중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첨단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실시간 운행기록분석, 전자지도기반 운행기록분석, 안전운전지원시스템, 실시간 운행기록장치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공단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운전캠페인을 비롯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어 매년 교통사고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번 설 연휴 기간에도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습관으로 즐겁고 안전한 고향 나들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