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W] `더러운 돈 깨끗한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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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1> 현대인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 무엇일까요? 명품 핸드백, 고급 자동차…각자 다양한 대답을 내놓으실텐데요…
하지만 종합해 보면 돈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만 있으면 뭐든 살수 있으니까 말이죠. 이번 순서에서는 돈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경제팀 윤경원 기자와 함께 합니다.
윤기자! 현대인들 경제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돈, 소중한 물건인데…위생상으로 상당히 더럽다고요?
기자1> 네, 그렇습니다. 흔한 말로 ‘돈 독 오른다’고 얘기들 많이 하는데요…뜻만 보면 돈 욕심이 많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독` 정도까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돈 자체가 굉장히 더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전국의 시장이나 상가, 주거지역,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돈이 얼마나 깨끗한지, 청결도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각 지역별로 현금 유출입이 많은 금융기관 점포를 선정해 고객으로부터 받은 지폐를 별도 구분없이 그대로 표본으로 추출해서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시중에 유통중인 천원권과, 오천원권, 만원권 오만원권들 가운데 14%는 사용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통 은행권 100장 중 14장은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럽거나 손상이 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2> 천원, 만원, 돈들이 다 그렇게 더러운가요? 지폐별로 차이가 없나요? 어떻습니까?
기자2> 일단 현재 유통되고 있는 은행권에는 구권과 신권이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2006년에 발행된 구권이 지난해 발행된 신권보다 더 더러웠습니다.
구권의 청결도가 평균 66.2%였고, 신권은 85.7%를 나타냈는데요…구권이 약 20%(19.5%)포인트 정도 청결도가 더 낮았습니다.
그리고 앵커께서 말씀하신 대로 권종별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신권, 구권에 상관없이 오천원권과 천원권의 청결도가 낮았고, 만원권과 오만권은 거의깨끗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천원권 이하 저액권의 청결도가 고액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인데요…특히 오천원권의 경우에는 손상권의 비율이 41.6%에 달했습니다.
권종별로 발행시기에 차이도 있지만 얼마나 자주 쓰는지, 유통빈도와 국민들의 화폐사용 습관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앵커3> 지폐도 차별을 받고 있군요! 비싼 돈은 소중이 다루고 싼 돈은 함부로 다루고! 그리고 많이 쓰면 더 더러워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우리나라 국민들 사용습관이 어떻길래 돈이 더 더러운 것인가요?
기자3> 일반적으로 일본 국민들이 돈을 굉장히 깨끗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돈을 소중이 생각하는 인식이 그대로 사용습관에도 반영된 덕분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돈을 중요시하면서도 돈을 사용할 때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입니다.
지폐 손상요인을 보면 얼룩이나 낙서 등 오염된 경우가 전체의 80%를 넘어 가장 비중이 컸고, 세탁이나 탈색, 찢어진 경우가 그 다음 순이었습니다.
습기 등에 의해 부패되거나 장판밑 눌림이나 심지어 칼질까지 해서 손상된 경우 등 아주 다양한데요…한국은행 직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종남 한국은행 과장
"돈이 얼룩이 지거나 아니면 낙서를 하는 경우, 그리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돈에 때가 묻습니다. 세탁기에 잘못 돌려서 탈색되는 경우, 간혹 돈을 찢는 경우 그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들으신 것처럼 돈이 손상되는 이유는 대부분 부주의하게 함부로 다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앵커4> 우리나라 사람들 돈은 많이 벌려고 무지 애를 쓰면서 막상 번 돈을 쓸 때는 함부로 쓰고있군요! 그런데 돈을 깨끗이 쓰기도 해야겠지만, 물건도 더러워지면 깨끗이 씻거나 빨듯이 돈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4> 네, 돈도 오래되면 깨끗하게 걸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들이 맡고 있는데요…이 작업을 `정사`업무라고 합니다.
시중에서 이손 저손 돌던 돈이 은행 영업점 창구를 통해 들어오면 이 돈들 가운데 더럽거나 손상된 돈은 은행 출납실로 모여집니다.
은행 출납실 직원들은 다시 `정사기`로 이 돈을 거르고 오염이나 훼손 정도가 심한 돈을 모아 한국은행 화폐관리실로 보냅니다.
최종 도착지인 한은 화폐관리실에는 시중은행과 달리 엄청나게 큰 정사기가 여러 대 있는데요…
센서들이 장착된 이 정사기에 돈을 넣으면 다시 쓸 수 있는 돈과 오염이나 훼손이 심해 재사용이 어려운 돈들이 분리 처리되고, 쓸 수 없는 돈들은 기계에서 바로 파쇄, 잘게 잘려집니다.
그리고 정사기 기계로 처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망가진 돈은 한은 직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처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창구에서 하루 종일 돈을 만지는 은행원들이나 방금 말씀드린 정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더러운 돈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은행 직원들의 고충을 직접 들어 보시죠!
인터뷰> 박용일 우리은행 과장
"정말 많은 시간을 돈과 함께 하는 사람이 은행원들입니다. 이 때 돈에서 정말 많은 먼지가 발생하고 있구요. 특히 돈에 각종 세금이 옮겨지면서 직원의 건강에 매우 위험요소가 되죠. 실제로 이것 때문에 건강이 나빠져서 그런 직원들도 간혹 없지 않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장 주변에 있는 점포의 경우에는 돈에서 악취가 나는 경우도 있구요. 특히 물에 젖었을 경우에 계수기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물에 젖어 있기도 하기 때문에 일일이 손으로 계수를 하다 보니까 한 시간 두 시간 걸려서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돈을 세서 정리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정말 고생이 많습니다. 저희도."
앵커5> `정사` 업무라는 게 있었군요! 용어도 신기하고 이런 업무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더러운 돈 때문에 은행원들이 많이 힘들군요! 그런데 못쓰는 돈을 폐기처분하고 다시 발행하다 보면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기자5> 예 더럽고 망가진 돈을 처리하는데 드는 인력과 장비, 시간…모두 우리들이 돈을 함부로쓰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비용들입니다.
그리고 결국 훼손된 돈 만큼 다시 또 화폐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비용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함부로 사용하다 망가진 돈으로 인해 국민들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는데요…제가 간단한 리포트를 만들어봤습니다. 함께 확인해 보시죠!
VCR 리포트> 불에 타고 찢어지고, 또 낡거나 더러워서 지난해 폐기 처분된 지폐는 모두 4억8천5백만장에 달합니다.
지난 2010년보다 7% 늘어난 규모입니다.
5톤트럭 기준으로 88대에 실을 수 있고, 일렬로 늘어뜨리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81번 왕복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천원과 오천원, 만원, 오만원 등 지폐 1장당 평균 단가인 210원 안팎으로 계산했을 때 무려 1천 18억원 어치에 해당합니다.
폐기된 만큼 새로 발행하고, 또 커지는 경제규모에 맞춰 더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화폐제조비용은 그보다 훨씬 더 들어갑니다.
올해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 800억원을 훨씬 웃도는 액수가 신권발행에 쓰이는 것입니다.
신권 발행 이전인 지난 2005년에는 두 배가 넘는 지폐가 폐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폐기규모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발행비용도 더 늘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신권도 지나면 낡아서 다시 폐기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돈을 얼마나 깨끗이 쓰느냐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폐 뿐만 아니라 잘 손상되지 않는 동전의 폐기규모도 지난해 2천1백만개에 달해 전년대비 39.2% 늘어나는 등 국민들의 화폐 이용실태가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돈을 함부로 쓰게 되면 그 만큼 훼손된 통화가 늘게 되고, 폐기처분도 늘어 결국 국민의 세금만 더 투입되게 됩니다.
앵커6>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줄 몰랐네요! 함부로 돈을 쓰면 화폐 발행비 증가로 이어져 국가 예산이 낭비되는 건데…
이거 결국 국민부담, 세금 증가로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거네요! 돈을 함부로 쓰면 처벌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기자6> 처벌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지난해 12월 17일부터 개정 한국은행법이 시행됐는데요…개정된 내용을 보면 동전 훼손시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은법에 규정되어 있는데…`누구든 한은의 허가 없이 영리 목적으로 주화를 융해 분쇄 압착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불법 주화 훼손에 대해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주화보다 액면가가 높은 지폐 훼손은 아직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액의 지폐를 훼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는 선입견 때문인데…이 부분은 앞으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위생, 건강 문제입니다.
거래할 때마다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치며 세균이나 박테리아에 감염돼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고병준 고려대 의대 교수
"한 외국의 연구에서는 지폐의 대략 60% 가량에서 기생충이나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었구요.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지폐의 대략 88%까지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까지 있어서 지폐 사용으로 심각한 건강상의 위해가 발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금 의사분의 말을 들어보셨는데요...연구 결과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지난해 해외에서 지폐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모두 중동국가에서 조사가 시행되었는데..
우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요식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지폐의 60%, 동전의 57%에서 1개 이상의 기생충이 발견되었고, 돈이 지저분한 경우 발견율은 더 높았습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88%의 지폐에서 두 종류 이상의 박테리아가 배양되었고, 사람 손을 더 많이 탈 수록 그 정도느 더욱 심각해졌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정리해 드리면, 화폐가 세균이나 기생충에 오염돼 있어 잠재적으로 병균을 옮기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고, 사람 손을 많이 탈 수록 오염 정도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입니다.
앵커7> 돈이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얘기인데...보건교육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방법, 올바른 화폐 사용법은 없습니까?
기자7> 네…돈을 만지는 은행원들의 경우 정말 돈독에 올라 가려움이나 염증, 두드러기에 시달리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예방법은 시간 날때마다 손을 깨끗이 씻고, 씻고 난 다음에 손소독제나 크림을 발라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돈을 깨끗이 쓰는 것이 중요한데, 지폐를 접거나 구기지 말고 지갑에 보관하여 사용하고 낙서를 하거나 메모용도로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훼손된 돈은 다시 사용하지 말고 은행에서 새 돈으로 교환해서 써야 하구요.
동전의 경우에는 소액이라고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에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인데, 금액이 작다고 구석에 처박아 두거나 다른 용도로 써서는 안됩니다.
이와 관련해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요…
과거 IMF 시절에 돈이 궁해진 개인들이 집안에 묵혀 두었던 동전들을 많이들 썼는데, 오랫동안 먼지가 쌓였던 돈들이 갑자기 시중에 돌다보니 그 당시 동전들이 무척 더러웠었다고 합니다.
앵커8> 마지막에 재밌는 얘기를 해 주셔서 그런데...이제부터 돈 함부로 써서는 안되겠습니다. 건강을 생각해서라도요…
구정 설이 얼마 남지 않아 또 신권들 확보에 비상이 걸릴텐데, 신권만 찾으려 할 게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돈들 깨끗하게 쓰시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윤경원기자 ykwon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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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원기자 ykwon5@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