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를 통해 이란과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은행들은 최악의 경우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가 폐쇄되고 이란과의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정부와 마찬가지로 협상이 잘 마무리돼 이란산 원유 수입을 소폭 줄이는 대신 금융거래는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국제사회는 2010년 8월부터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자원이 없는 한국은 원유 수입 등을 위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이란 중앙은행과 원화로 거래할 수 있도록 용인받았다. 이란 중앙은행은 원화계좌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두고, 국내 정유업체는 원유 수입대금을 이 계좌에 넣는다. 이란은 이 대금의 범위 내에서 한국으로부터 생활필수품을 구입해 가는 구조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를 더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이란이 한국으로부터 생필품을 수입하는 것도 중지될 공산이 크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때 ‘한·이란 협의회’ 등을 통해 다양한 대책을 모색했으나 지금은 모두 중단된 상태”라며 “은행은 수출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기보다는 미국의 제재에 따라야 할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은 유예기간인 오는 6월까지 수출기업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원유 수입이 상당폭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은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 이란에 생필품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은 500~600개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한국은 이란으로부터 106억달러를 수입했고 57억달러를 수출했다. 수입은 대부분 원유였고 수출은 주로 생필품이었다. 수출 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주로 우리은행을 통해 이란과 거래했고 중소기업은 기업은행을 통해 거래해 왔다. 57억달러 가운데 80% 수준인 45억달러는 우리은행을 통해, 나머지 12억달러는 기업은행을 통한 것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