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 1병영] 정창무 ㈜KMC 회장 "살아있으면 전진…군인정신 사업에도 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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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국방부 공동 캠페인 (1) 軍 경험은 성공의 밑거름
맨주먹으로 '볼밸브'社 창업…年800억 매출 24개국 수출
"육사생도 신조에 어긋난다"…사채 써도 청탁 한번 안해
맨주먹으로 '볼밸브'社 창업…年800억 매출 24개국 수출
"육사생도 신조에 어긋난다"…사채 써도 청탁 한번 안해
1984년 창립 이후 지난 28년간 ‘볼밸브(볼을 회전시켜 잠그고 여는 것으로 가스배관에 주로 쓰임)’ 제조라는 한우물만 파며 연매출 800억원의 (주)KMC를 일군 정창무 회장(64·사진). KMC는 도시가스, 화학플랜트, 선박 등에 들어가는 각종 볼밸브를 생산해 미국 유럽 러시아 등 세계 24개국에 매출의 85%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아산공장과 여주2·3공장, 연구소를 비롯해 중국 선양경제특구에 공장을 두고 있다.
정 회장은 자신을 지탱해온 인생 원칙으로 ‘군인정신’을 꼽았다. 육사 26기 출신으로 군생활 12년(대위 전역) 후 경제기획원 조달청에서 6년간 근무하다 개인 사업을 시작한 그는 “단 한번도 육사 선후배에게 부탁한 적이 없다”며 “혹시라도 폐를 끼칠까봐 오히려 모르는 곳에 가서 영업을 했다”고 말했다. 육사 시절 배운 사관생도 신조에도 어긋났기 때문이다.
◆맨땅에 헤딩이 주특기
“사업을 하면 대출이 필요합니다. 15억원을 빌리려고 해도 은행에서 10억원만 가능하다고 하면 딱 거기까지만 받았습니다.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스트레스도 덜 받았습니다.”
손을 내밀면 선뜻 도와줄 사람은 주위에 적지 않았다.
“육사 동기생이나 경제기획원 공무원 중에서 은행 지점장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없었겠습니까. 편법을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자주 찾아간 곳이 명동 사채 시장. 납품 대금으로 받은 어음을 할인해 연 36%에 달하는 고금리 사채를 빌려 썼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돈을 벌어서 이자 갚는 데 다 썼다”며 “다른 사람 눈에는 미친 짓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살아 있다면 무조건 전진
정 회장은 북한을 코앞에 둔 전방 부대에서 작전장교로 근무했다. 작전계획을수립하느라 새벽 6시에 지하벙커에 들어가 밤 12시에 나오기 일쑤였다. 죽을 고비도 넘겼다. 당시만 해도 곳곳에 북한군이 묻어 놓은 지뢰가 있었다. 간첩의 남하를 막기 위해 나무를 제거해 민둥산을 만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작업에 나섰다.
“앗! 밟았구나 하는 느낌이 왔죠. 후임들에게 엎드리라는 명령을 내리고 지뢰가 터지길 기다렸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지뢰를 연결하는 인계철선이 끊어져 있던 탓에 안전핀이 빠지지 않았다. 멀쩡히 지뢰밭에서 나올 수 있었다.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였다. “군대에서는 죽지 않으면 전진입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죠.”
◆부도는 범죄
정 회장은 저돌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조달청 공무원을 그만둔 뒤 곡물 등 거래 규모가 큰 물품을 수입하다 성과가 신통치 않자 작은 아이템으로 눈을 돌렸다. 이때 발견한 틈새 시장이 볼밸브. 창업 후 3년 뒤 수입산을 대체하는 데 성공하면서 매출이 매년 꾸준히 늘어났다.
탄탄한 기반 덕택에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안산에 1만560㎡ 규모의 공장을 건립했다. KMC는 2010년 11월 무역의 날에 3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그는 “30년 동안 연체 한 번 한 적이 없다”며 “기업이 부도를 내면 하도급 업체의 돈을 다 떼먹는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