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하이켐 '공장폭발' 후 10년…"지금은 산업의 소금 됐죠"
서울 대치동에 있는 화학제품 제조기업 동성하이켐(대표 양석모). 이 회사 임직원들에겐 아직도 큰 상흔이 있다. 2000년 전남 여천 생산 공장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나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진 것. 동료를 잃은 슬픔도 모자라 공장 설비가 모두 망가져 제품 생산은 전면 중단됐다. 1000억원대의 안정적 매출을 올리던 회사는 한순간에 문을 닫기 직전의 위기까지 갔다. 직원들은 그 사건을 ‘ACD’(accident)라고 부르며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동성하이켐은 어떻게 됐을까. 양석모 동성하이켐 대표는 “협력사들의 도움과 임직원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기사회생한 이래 흑자 경영을 지속해왔다”며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첫 달성하며 중견기업으로 안정적으로 성장,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위기 이후 신제품 연구·개발(R&D)과 안전에 더 많은 공을 들인 결과다.

1978년 설립된 동성하이켐은 유지를 추출하는 유기용제를 중심으로 하는 석유화학제품, 플라스틱 중합 개시제 등의 정밀화학제품, 플라스틱 대체제로 사용하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수지(TPU) 등 세 가지 영역의 제품을 만드는 화학제품 전문 기업이다. 이 중 주력 사업은 창업 초기부터 지속해온 석유화학제품군이다. 유성잉크나 유지 등을 추출하려면 석유에서 필요한 물질만 녹여내는 유기용제가 필요한데, 동성하이켐이 이 분야 국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양 대표는 “업체별 맞춤형 유기용제를 다품종 소량생산해 삼성 LG 등 국내외 500여개사에 공급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 없어서는 안될 ‘산업의 소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근래에는 다른 분야의 연구ㆍ개발(R&D)도 강화해 기업 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PP나 PVC 등 플라스틱 제품 중합시 쓰는 중합개시제를 국산화한 이래 국내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렸고, 지난해에는 현대모비스와 5년여의 공동 연구 끝에 TPU를 적용한 자동차 대시보드를 국산화했다. 현재 현대·기아차 고급차량에 적용 중인 이 제품은 PVC 등 기존 소재와 다르게 고급스런 가죽 느낌이 나고 염소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향후 친환경 아이템으로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초 양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후 생산성은 더욱 높아져 2010년 1707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040억원으로 2000억원 고지를 밟았다. 각 사업군이 모두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3년 내 3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양 대표는 “TPU를 활용한 자동차 시트 커버 등 미래 먹거리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