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빅3’가 일본, 중국 철강 업체들을 상대로 반(反)덤핑 제소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덤핑·편법 수출로 인한 피해를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철강사들은 자국 내수가격보다 20% 이상 싼값으로 한국에 철강재를 수출해 왔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저가 공세와 함께 ‘짝퉁’ 철강재까지 유통시켜 왔다. 국내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재 유통재고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제품 가격은 폭락했다. 철강업체들이 통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철강산업 피해 여부 조사에 착수하는 등 고강도 대응에 나선 것도 그만큼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철강 빅3, 중국ㆍ일본 '反덤핑 제소' 추진

◆덤핑·편법 수출…“더 못참겠다”

신일본제철 JFE스틸 등 일본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4월 초 t당 950달러였던 대(對)한국 열연강판 수출 단가를 하반기 들어 720~730달러로 낮춘 데 이어, 올초에는 630달러선까지 내렸다. 현재 t당 720~730달러인 일본 내수가격보다 15~20%가량 싼 가격이다. 후판값도 지난해 4월 t당 1050달러에서 하반기에 830~840달러대로 인하한 데 이어 올초엔 77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역시 일본 내수가격인 t당 975달러보다 20% 이상 싼 가격이다.

일본산 철강재의 대한국 수출가격은 이미 제조원가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품질이 훨씬 낮은 중국산과 비슷할 정도다. 국내 철강업계는 일본 업체들이 자국 내수시장 침체에 따른 재고 정리를 위해 물류비가 저렴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덤핑 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저가공세 및 편법 수출도 국내 철강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통강에 합금용 첨가제인 보론(붕소)을 넣은 철강제품을 합금강으로 위장, 국내에 수출해 왔다. 때문에 국내 건설현장에선 중국산 짝퉁 철강재 유입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 한·중 철강민관회의를 통해 중국 철강업체들의 편법 수출에 대해 항의했으나 별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고량↑가동률·수익성↓ ‘직격탄’

국내 대형 철강업체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우선 정상적인 유통시장 가격 구조가 무너졌다.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각각 t당 106만원, 111만원이었던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열연강판과 후판 가격은 이달 초 유통시장에서 각각 82만원, 97만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조선사 등 대형 수요업체에 공급하는 열연강판과 후판 가격은 각각 당 70만원대, 90만원 초반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철강재 값이 덤핑으로 들어온 수입산 수준으로 내려간 셈이다.

판매량이 줄면서 재고가 쌓이고 공장가동률까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국내 판재류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일본산 덤핑 공세로 국내 철강 유통시장 재고량은 사상 최대 수준인 125만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철강업체는 재고가 쌓이면서 공장가동률이 최근 70% 이하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작년 3분기 포스코의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84% 감소했으며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순손실을 기록했다.

◆글로벌 철강전쟁 본격화하나

지식경제부 산하 무역위원회가 국내 철강사들의 피해를 인정하는 즉시, 반덤핑 제소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중·일 3국간 통상분쟁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대만, 베트남, 호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반덤핑 관세를 요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통상분쟁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