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권 수익률 더 하락…주식 투자 늘릴 것"
농협은 자타 공인 채권시장의 큰손이다. 농협중앙회 신용부문(은행)은 물론 신탁·상호금융·NH보험 등을 합해 총 125조원 규모 자금을 운용한다. 이 중 90% 수준인 약 110조원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220조원) 다음으로 큰 국내 ‘넘버 투’다.

정봉현 IB사업부장(사진)은 농협의 자금운용 관련 최고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자금운용부장을 맡다가 올해 초부터 IB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에게 올해 채권시장 흐름과 농협의 투자 전략에 대해 들었다.

◆“채권시장 전망 여전히 나빠”

정 부장은 “올해 농협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가급적 유가증권 투자를 줄이고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할 물건을 찾기가 마땅치 않고, 자칫하면 역마진이 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금을 받을 경우 지급준비금을 쌓고 예금보험료를 내면 약속한 금리를 주는 것도 쉽지 않다”며 “(금리가 낮은) 신규 발행 채권을 사는 것도 손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채권투자 수익률은 작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부장은 “작년엔 평균 5.3% 수준의 수익률을 냈는데, 이는 연초에 사들인 10조원어치 채권을 (금리가 하락한) 하반기에 팔아 이익을 남겼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4%대 수익률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예금 금리를 맞춰야 하는) 농협 입장에서는 회사채 외에는 투자할 물건이 없는 상황”이라며 “조건부로 수익률을 높인 구조화채권 등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작년 약 4조5000억원어치 구조화채권을 사들였다. 올해는 이보다 투자 규모가 2조원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기관, 국내 주식 투자수요 많다”

그는 채권시장보다 주식시장의 수익률 전망이 더 좋다고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하지만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저리 자금을 공급해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들을 살릴 것이고, 이런 조치로 주식시장이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부장은 이에 따라 올해 “농협의 주식투자 규모를 약 5000억원 정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주식시장의 수급을 보더라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퇴직연금·변액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성향을 보일지가 관건이나, 손절매가 많이 일어난 작년과 같은 상황이 되긴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올해 채권 수익률 더 하락…주식 투자 늘릴 것"
◆“초저금리 시대 대비해야”

정 부장은 “앞으로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초저금리 시대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낮은 금리를 보완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처럼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고금리 상품을 좇아다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특히 “금리가 오를 때는 20~30년짜리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현재 높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할 경우 앞으로 10년, 20년 후 연 5% 이상 수익을 올리는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질 때 크게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량기업에 대한 직접 주식투자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는 “1987년에 대우증권 주식이 5만원까지 갔는데 현재 1만원대고, SK텔레콤은 한때 1주당 400만원에도 이르렀다”며 “기업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장부상으로 보여주는 가치보다 크게 평가절하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중국 경제 자체의 성장률은 엄청나지만 개별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