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美보다 개방폭 작을 것…농산품 합의돼야 2단계 협상 가능"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12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한·유럽연합(EU), 한·미 FTA만큼 포괄적이거나 높은 수준의 FTA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농산품 등 민감 품목에 대한 양국 간 의견 차가 커 협정이 타결되더라도 품목별 관세 인하 수준이나 시장 개방 속도는 기존 FTA와 차이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FTA 협상 개시 시기와 관련, “2월이다, 3월이다 딱 못 박을 수 없다”며 “공청회 등 국내 절차를 진행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준비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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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규정상으로는 협상 개시를 위해 한번의 공청회만 열면 되지만 중국과의 FTA는 경제적 정치적 측면에서 살펴볼 게 많아 공청회를 추가로 가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대로 한·중 FTA 협상은 2단계 협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며 “농산품 개방 수준을 합의하는 1단계 협상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면 2단계 협상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정부 간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2000여개에 달하는 중국산 농산물 품목을 일반 개방 품목으로 볼지 아니면 민감 품목으로 분류할지 사전 실무급 협상에서 결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며 “개방 유예 품목을 미리 정해놓고 협상을 시작하는 방식이 기존 FTA 협상과는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관세 양허 수준과 협상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중 FTA 체결에 따른 시장 개방 폐해를 지적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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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본부장은 “정부가 농산물 등 민감 품목 처리에 자신이 없다면 당연히 중국과의 협상은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농업계는 물론 산업계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협상 준비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