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약→태양광…돌고 도는 테마株
증시에 ‘테마주 광풍’이 불고 있다. 연초 정치인 관련주가 군불을 지핀 뒤 바이오·제약주, 태양광주로 개인투자자들의 ‘묻지마 테마주 투자’ 열풍이 옮겨붙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좁은 박스권(1825~1875)에서 움직이다 보니 고수익을 노리는 개미투자자들의 관심이 테마주로 쏠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뚜렷한 업황 호조나 실적 개선이 아닌 과도한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 상승에 그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바통 이어받기 하는 테마주

연초엔 안철수연구소 비트컴퓨터 보령메디앙스 등 정치인의 정책이나 인맥과 관련된 종목들이 들썩였다. 그러나 지난 9일 정부가 정치테마주 감독 강화에 나선다는 소식에 일제히 급락한 뒤 주춤거리고 있다.

박근혜 테마주인 EG는 최근 5일간 33% 하락해 연초 상승분(27.6%)을 모두 반납했다. 비트컴퓨터도 연초 4거래일간 강세를 나타내며 74.6% 급등했지만 최근 4일 동안 33.5% 빠졌다.

9~10일엔 바이오·제약주가 신약 개발과 제품 승인 등의 호재로 테마주 바통을 이어받았다. 명문제약 메디포스트 부광약품 일양약품 JW중외신약 동성제약 등 제약주들은 이 기간에 10% 이상 급등했다. 상승 약발은 단발에 그쳤다. 일양약품은 6일과 9일 이틀 연속 10% 이상 급등했다가 최근 3거래일째 하락세다.

◆‘태양광주’ 테마 부상

12일 증시에서는 태양광주가 ‘테마주’로 부상했다. 유럽연합(EU)의 중국 태양광업체 반덤핑 제소 소식과 이란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 반사이익 기대감이 상승 요인이다. 이날 넥솔론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웅진에너지(5.91%) 신성솔라에너지(8.88%) 오성엘에스티(5.62%) 한화케미칼(7.65%) 등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대장주인 OCI는 미국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개별 호재까지 더해져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박연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재고 소진과 함께 가격 반등이 나타나 글로벌 태양광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며 “태양광산업이 지하 수준의 밸류에이션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역시 뚜렷한 업황 회복세로 보기엔 이른 감이 있다며 다른 테마주처럼 단기 반등에 그칠 수 있어 종목별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테마주 주범은 게릴라성 자금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단기간 대박을 노리는 개인들의 게릴라성 자금이 이 같은 테마주 양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소한 뉴스나 재료에 따라 개미투자자들이 이리저리 갈아타기를 하면서 관련주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12월 89.9%에서 이달 들어 90.39%로 증가했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97.03%에서 이달 97.15%로 늘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박스권 내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지속하면서 개별 종목 투자로 큰 수익을 얻으려다 보니 사소한 재료나 뉴스에도 투자자들이 쏠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 가치와 무관한 테마주와 산업 전망에 기초를 둔 테마주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미/유승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