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2] 이재용·오텔리니 1시간 회동…"내달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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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휴대폰사업 CEO와 동행…인텔 모바일칩 탑재 논의 관측
애플 견제위한 제스처 분석도
애플 견제위한 제스처 분석도
최지성 부회장과 이재용 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과 폴 오텔리니 인텔 회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시간 이상 회동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고 제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IT(정보기술)기기의 ‘뇌’격인 칩셋을 만드는 글로벌 최대 기업 간 만남이기 때문이다.
양측은 인텔이 만드는 휴대폰용 핵심 칩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PC 협력 관계가 스마트폰 동맹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인텔이 태블릿PC의 대항마로 내세우고 있는 울트라북 사업에서도 양사 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텔표 갤럭시 나오나
모바일 AP는 PC로 치면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한 메인보드에 해당하는 것으로 스마트폰이 구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주로 영국 ARM사가 기본 설계를 하면 세계 여러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모바일 AP를 만든다. 모바일 AP 생산 능력이 있는 곳은 퀄컴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삼성전자 등이다. 인텔은 이미 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PC용 칩 1위에 오른 노하우를 모바일 시장에 접목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모바일 반도체 강자 퀄컴이 PC 분야로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CES에서 자사 칩을 사용한 태블릿PC를 선보였다.
이에 맞서 인텔은 삼성이 자사 칩을 넣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면 퀄컴을 견제하고 자사 칩을 홍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레노버는 2분기부터 인텔 AP로 구동하는 스마트폰을 내놓기로 했고 모토로라도 올해 말 인텔표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모바일 협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기존 모바일 AP 공급처인 퀄컴에 가격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많은 수량이 아니더라도 삼성전자가 인텔 AP를 넣은 이른바 ‘인텔인사이드 갤럭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최 부회장이 회동이 끝난 뒤 인텔 측에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다시 보자”고 말한 것도 묘한 여운을 남겼다. MWC는 세계최대 모바일 전시회다.
◆애플 의식한 제스처일 수도
삼성-인텔 동맹 가능성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삼성전자 세트(DMC) 사업부문 입장에서 인텔은 협력 파트너지만 반도체 등을 제조하는 삼성전자 부품(DS) 사업부문과는 경쟁 상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퀄컴 칩셋 외에 독자 개발한 엑시노스 칩 두 가지를 스마트폰에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든지 비공개 회동을 가질 수 있는 데도 이 사장이 휴대폰 사업 최고위 임원들과 함께 전시관을 방문해 상대방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으로서도 부품 부문과 세트 부문의 분리를 강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부품 부문은 애플에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애플은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와 경쟁자이지만 모바일용 부품 측면에선 삼성전자의 고객이다. 세트 사업부문이 부품 사업부문에 불리한 인텔의 신규 시장 진입을 ‘외교적’으로 도울 경우 양 사업부문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별개 회사라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정인설/조귀동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