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두 명의 한국청년에 미래를 걸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리더.’

일본 도요타의 고급브랜드 렉서스가 ‘2012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하이브리드 스포츠 쿠페 컨셉트카 LF-LC를 공개하며 붙인 말이다. LF-LC는 렉서스가 3세대 모델로 바꾸며 연이어 내놓을 9개의 새로운 모델과 3개의 F스포츠 모델 등 렉서스 군단의 ‘선봉장’으로 꼽힌다. 전문가들로부터 파격적이면서도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LF-LC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의 도요타 디자인 스튜디오 칼티에서 디자인했다. 6명의 디자인팀 중 두 명이 20~30대 젊은 한국인이다. 한 명은 내부를, 한 명은 외부를 디자인했다. 렉서스가 미래 야심작을 두 명의 한국인 디자이너에게 맡긴 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인공은 2008년 렉서스에 합류, 시니어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벤 장(36)과 에드워드 리(29).

벤 장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했다. 하와이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로 넘어와 아트센터디자인대를 졸업했다. 이후 크라이슬러에 입사, 200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데뷔한 컨셉트카 낫소(Nassau)를 디자인했다. 다음 직장으로 렉서스를 택한 이유를 묻자 “톱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벤 장은 LF-LC의 내부를 총괄 디자인했다. 그는 “시트 가죽 패턴을 전통적인 사선모양에서 간격을 바꿔 예술성을 부여했다”며 “전통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장착된 역동적인 모양의 웨이브 디자인은 꽃 모양 형상을 하는 등 동양적인 미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20대 청년인 에드워드 리는 외관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외관에서 렉서스의 ‘넥스트 디자인 랭귀지’를 창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했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길이인 휠 베이스가 길고 차체 옆에서 앞부분으로 꺾이는 부분인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짧게 해 보다 우아하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했다”며 “뚜껑과 차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하나의 면으로 연결된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에드워드 리는 아트센터디자인대를 졸업한 후 독일 브랜드인 아우디에서 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아우디 A7의 외관 디자인이 에드워드 리의 솜씨다.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명성은 이미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인 디자이너의 강점을 에드워드 리는 “열정과 책임감이 크다는 점”으로 꼽았다. 그는 “멋진 자동차는 누구나 디자인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기술적으로도 들어맞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끝까지 풀어갈 수 있는 책임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 장은 “한국인의 창의력과 디자인 수준은 굉장히 높다”며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을 경쟁사들도 항상 주시하고 적극 영입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쑥쓰러운 듯 웃었다. “이 차처럼 우리도 이제 시작인걸요. 계속 최선을 다해서 더 멋진 차를 디자인할 겁니다.”

디트로이트=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