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일간지 만평서 "군복만 입은 사령관" 꼬집어

러시아 일간지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인민군 최고사령관직 추대를 비판하는 만평을 실어 주목을 끌고 있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간되는 일간신문 '네프스코예 브레먀'는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가 군사업무의 천재가 됐다'는 제하의 10일 자 만평에서 김정은이 탱크 위에 올라서 거만한 자세를 취하고 나폴레옹과 18세기 제정 러시아의 명장 알렉산드르 수보로프 등이 그를 우러러보며 박수를 치는 모습을 그렸다.

신문은 그러면서 "최근 북한 TV가 김정은이 군대를 시찰하고, 탱크를 운전하며, 군수공장을 방문하는 등의 모습이 담긴 기록영화를 방영했다"며 "이 영화에서 김정은은 '뛰어난 군 최고사령관'이자 '천재중의 천재'라는 격찬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나폴레옹과 수보로프는 비슷한 칭호를 얻기 위해 수십번의 전투에서 승리해야 했지만, 김정은은 단지 군복만 입으면 됐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언론이 노골적으로 북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현지 전문가는 "만평이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 다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권력 세습과 북한 당국의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대한 러시아의 비판적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맹방인 중국 언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러시아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김정은 부위원장을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다.

뒤이어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부위원장의 생일인 지난 8일 새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라는 제목의 50분짜리 기록영화를 내보냈다.

기록영화에는 김정은이 탱크와 전투기, 군용차량과 군함 등에 탑승한 장면, 북한산 자동소총을 만져보는 모습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김 부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모습이 담겨 있다.

기록영화에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 대장(김정은)은 16세에 김일성 주석의 '영군술'에 관한 논문을 집필했다"며 "그는 지략도 뛰어나고 군사전법에 밝으며 다재다능한 천재 중의 천재"라고 격찬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