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복지다] "10년만에 재취업…하루 5시간 일하지만 정규직이라 맘 편해"
“10년 만에 영화관에 갔어요. 그동안 애들 보느라고 못 갔었는데….”

서울 내발산동의 미즈메디병원에서 오후 1시쯤 만난 신순이 씨(38·사진)는 퇴근 준비에 한창이었다. 소화기내시경센터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신씨는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1시까지 근무한다. 그는 ‘시간제 근로자’다. 하지만 불만이 없다.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파트타임으로 일하긴 하지만 계약이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불안은 없다. 신씨는 10년 동안 육아 때문에 일을 쉬었다가 지난해 5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육아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다보니 시간 여유가 생겼다”며 “얼마 전엔 혼자 10년 만에 영화 ‘써니’를 보러갔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들만 셋인 신씨는 지난해 막내가 네 살이 되면서 다시 일을 찾았다. 그는 “대학병원 계약직이나 중소병원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퇴근이 너무 늦거나 3교대 근무를 해야 했다”며 “고민하던 차에 시간제 일자리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운 좋게 붙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하루 5시간씩 주 5일 일한다. 일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임금은 80%만 받는다. 그는 “돈은 적어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 집에서 애들을 맞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재욱 인사과장은 “내시경센터를 확장하면서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을 일하지만 정규직으로 뽑으니 우수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생활도 여유로워졌다. 신씨는 “아이들이 크면서 교육비가 많이 드는 데 남편 월급만으로는 빠듯했다”며 “월급의 3분의 1은 저축하고 나머지는 생활비와 교육비에 보탠다”고 했다. 신씨는 “정부가 보육료를 지원하고 시설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