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권의 철새 도래지인 한강 밤섬이 오는 4월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될 전망이다. 국내 습지 중에선 18번째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관계 기관과 제대로 협의를 거치지 않은 환경부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부는 밤섬에 대한 람사르 습지 등록신청서를 이달 중 람사르 사무국에 낼 계획이라고 10일 발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밤섬은 람사르 협약에서 요구하는 습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정 가능성이 100%”라고 밝혔다.

람사르 습지는 멸종위기종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 보전 가치가 있거나 희귀하고 독특한 유형의 습지를 대상으로 람사르사무국이 지정한다. 국내에선 1997년 강원 인제군 대암산 용늪을 시작으로 경남 창녕의 우포늪, 충남 태안 두웅습지 등 모두 17곳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서울 여의도와 마포 사이에 위치한 밤섬은 서울시가 1999년 최초로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그런데 밤섬 관리 주체인 서울시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밤섬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겠다는 사실을 10일 언론 보도가 나간 후에야 파악했다”며 “서울시와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0년 9월께 환경부에 밤섬이 람사르 습지로 연내 등록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하천 관리를 이유로 반발했고, 환경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물거품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이미 2년 전에 요청했던 사항이기 때문에 재논의하는 과정에서 굳이 서울시에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