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에서 태어났거나 성장한 기업인들이 산업계 곳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한국 경제를 짊어지고 있다. 산업화로 이농이 시작되던 1960~70년대 고향을 떠난 거창 출신 기업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만을 파 성공을 움켜쥐었다. 거창군 관계자는 “1960년대 14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농업 외에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산업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들은 대부분 자수성가형”이라고 설명했다.

거창 출신의 1세대 기업인으로는 신태범 KCTC 회장을 꼽는다. 1928년생인 신 회장은 오늘날 한국이 세계 제1의 조선국가로 도약할 수 있게 한 조선 발전의 선구자다. 1964년 고려해운 상무로 해운업계에 발을 내디딘 신 회장은 1980년 고려종합운수(현 KCTC) 사장, 1985년 고려해운 사장, 현재 KCTC 회장까지 40여년간 해운업계에 몸담고 있다. 신 회장은 1984년 해상주선협회장, 1988년 관세협회장, 1999년 항만하역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해운업계 원로로 활약 중이다.

변규칠 LG상사 고문(76)은 LG화학 공채 출신이다. 그룹 기획조정실과 회장실 사장 등을 거치며 외국 기업과의 합작 등 대외 업무를 도맡아 처리해왔다. 변 고문은 1996년 LG상사 회장, 1999년 LG텔레콤 회장을 거쳐 2001년부터 LG상사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1946년생인 이윤우 대경종합건설 회장은 1979년 대경건설을 설립해 회사를 일반건설업체 전국 순위 100위권의 중견 건설업체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은 두 차례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국가건설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산업포장을 받았다. 1991년부터 동광육아원을 운영하고 있고 서민주택 보급과 노후주택 무료 보수에 나서는 등 기업의 사회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부터 진주상공회의소 제20대 회장을 맡고 있다.

1948년생인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은 1971년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동남아해운에서 17년간 근무한 뒤 1989년 장금상선을 창립한 ‘해기사 출신’의 성공한 기업인이다. 컨테이너 분야 후발주자인 장금상선은 신시장 개척과 서비스 확대를 통해 컨테이너선 복량 기준 세계 46위로 성장했다. 정 회장은 바다 정화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바다살리기운동본부 총재와 부산항만공사 의결기구인 항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해운·항만업계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거창은 1950년대생 기업인들의 활동도 왕성하다. 우선 1952년생인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와 서강대 경제학과(석사)를 거쳐 1979년 2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과 기획행정실장을 거쳐 2004년 국회 수석전문위원, 2006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맡았다. 2010년부터 여신금융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1953년생인 정택근 GS글로벌 사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LG상사의 전신인 반도상사에 입사해 LG그룹 기획조정실과 LG상사 재경담당 임원을 거쳐 GS리테일 경영지원본부장(CFO)을 지냈다. 정 사장은 종합상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GS글로벌이 GS그룹의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초 중단했던 석유화학제품 트레이딩 사업을 4년 만에 부활시켰으며 국내외 영업인력을 보강하고 자원·산업재 부문 사업을 재구축 중이다.

1954년생인 김규태 IBK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거창 대성고와 경기대 경영학과를 나와 1979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지점장과 지역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카드사업본부장 때는 ‘IBK스타일카드’ 출시 1년 만에 42만명의 고객을 유치하고 ‘My APT카드’ 등 인기 상품을 내놓으며 개인고객 기반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맨손으로 1조원대 기업을 일군 벤처 1세대 변대규 휴맥스 대표(50)도 거창 출신이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박사과정이던 1989년 변 대표는 대학원 동료 및 후배 6명과 휴맥스를 창업했다. 이후 5년 만에 ‘PC용 영상처리보드’를 시장에 출시하면서 성공 신화를 써갔다. 1993년 셋톱박스 사업에 뛰어들어 2001년 315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휴맥스는 2010년 1조53억원으로 1조원대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2015년 매출 2조3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셋톱박스 시장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거창=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