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원실 돌며 돈 배달"…돌려주자 朴의장 측이 전화
“2008년 전당대회 하루 이틀 전 의원실 여직원에게 노란색 봉투가 전달됐고, 그 속에는 현금 300만원과 특정인의 이름 석 자가 적힌 명함이 있었습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제기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 조사 직후인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의 전말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고 의원에 따르면 사건은 2008년 7·3 전당대회 하루 이틀 전인 7월1~2일에 터졌다. 당시 박희태 당 대표 후보(현 국회의장) 측 관계자가 노란색 봉투를 의원실 여직원에게 전달했다. 노란색 봉투에는 현금 300만원과 박 후보의 이름만 쓰여 있는 명함이 한 장 들어 있었다.

고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보고에 따르면 이 관계자가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는 쇼핑백 크기의 가방을 들고 왔다”며 “여러 의원실을 돌아다니며 돈배달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돈봉투를 전달한 인물에 대해서는 현재 의원실 여직원에 대한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돈봉투를 들고 온 사람이 K수석(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확인했다.

돈을 전달한 인물은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K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현재 한나라당의 다른 의원 보좌관으로 재직 중이다. K씨는 여직원에게 돈봉투를 건네면서 “의원님에게 직접 전해 달라”고 말했고, 여직원은 전당대회 다음날인 4일 돈봉투를 고 의원에게 전달했다.
"여러 의원실 돌며 돈 배달"…돌려주자 朴의장 측이 전화
고 의원은 보좌관을 직접 당사로 보내 돈봉투를 돌렸던 K씨에게 돌려줬다. 고 의원은 이날 오후 박 의장 측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돈봉투의 주인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는 전화를 건 인물에 대해서는 “누구인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2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 지금에서야 알려지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꼽았다.

구태정치 청산과 비대위의 침몰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국회의원을 시작하면서 깨끗한 정치를 하자고 마음먹은 직후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가장 정신적으로 충격적인 일이었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끗한 정치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비대위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재창당을 하려면 전당대회가 열려야 하는데 또다시 줄세우기 등이 행해질지 우려했으며 자칫 비대위가 침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공개했다는 뜻이다.

그는 “한 달 전 한 신문에 이러한 내용의 칼럼을 썼다”며 “이후 한 방송에 출연해 다시 사실대로 말했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을 폭로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