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대위' 발표후 비트컴 150% 급등
금융당국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 고강도 테마주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은 갈곳 없는 투자금을 노린 ‘작전세력’이 전례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력 정치인과 관련된 기업 정보를 고의로 유포시키거나 북한 관련 루머를 퍼뜨림으로써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금융당국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세력을 미리 차단하지 않으면 선량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울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정치 테마주 기승

지난달 27일 비트컴퓨터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이후 이달 5일까지 7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 기간 주가는 3635원에서 9360원으로 157% 수직상승했다. 이 회사 조현정 대표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대선 테마주’로 급부상한 것이 계기였다. 조 대표는 지난 3일 트위터에서 “비트컴퓨터 주식을 사지마라”고 말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치 테마주는 실적이 아닌 소문에 따라 움직인다. “유력정치인과 고교 동창”이라든가, “유력정치인과 사진을 함께 찍었다”는 소문만으로 주가는 춤을 춘다.

의류업체인 대현은 회사 대표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유포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건강용품 회사 솔고바이오도 이민화 사외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이 유포되면서 급등했다. 하지만 문 이사장 사진은 위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된 테마주도 근거가 희박한 것이 상당수다. 서울시장 선거 때는 당시 박원순 후보와 관련됐다는 이유로 웅진홀딩스 풀무원홀딩스 휘닉스컴 등의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북한 관련 괴소문도 출현

지난 6일 오후 2시께 “[긴급] 오전 11시께, 북한 영변 경수로 대폭발. 고농도 방사능 유출. 서울 위험”이라는 메신저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핵실험 도중 사고가 발생했으며 영변 시내는 아수라장이 됐다는 구체적인 정황설명도 있었다. 이 정보는 삽시간에 메신저와 휴대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됐다. 코스피지수는 급락했고 방산 관련 종목은 상한가로 직행했다.

북한 관련 루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사망으로 중국군이 북한에 파병됐다는 루머가 돌았다. 얼마 전에는 북한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그때마다 주가는 급등락했으며 관련 종목의 주가도 춤을 췄다.

◆SNS 통해 확산 빨라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북한 관련 루머가 나도는 것은 증시 체력이 그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위기 등으로 주가가 게걸음을 하면서 투자자들이 호재를 찾다 보니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기에 SNS 확산으로 소문의 유통속도가 빨라진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확인도 되지 않은 소문이 SNS를 타고 빠르게 유통되면서 사실인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취약점을 조직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특정 대선주자가 부상하면 관련 종목을 찾아내 의도적으로 테마주로 유포시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련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사진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다. 감독당국은 몇몇 종목에서 이런 세력이 개입돼 있음을 확인, 사실관계를 조사중이다.

감독당국은 북한 관련 루머를 확산시켜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풋옵션 등을 미리 사두었다가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