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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데스크] '타조' 닮아가는 물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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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희식 생활경제부장 hssohn@hankyung.com
    [한경데스크] '타조' 닮아가는 물가정책
    새해 벽두부터 물가가 정책의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상승률)를 3%대 초반으로 잡겠다”고 밝힌 데 이어 주요 생활필수품에 대해 ‘공무원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도입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각 부처는 1급 공무원을 책임관으로 지정해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쇠고기와 가공식품 등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식품산업정책실장, 의약품은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실장이 각각 책임을 맡는 식이다.

    사전 수급대책 마련을

    이런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보다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당장의 물가지수 목표를 맞추기 위해 강제적인 가격통제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가뜩이나 정부 눈치를 보느라 지난해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한 식품업체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무엇보다 농·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미리 수급대책을 마련해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최상이다. 날씨와 재배면적, 사육두수 등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축산 농가들을 길거리로 내몬 ‘소값 폭락’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 등으로 인해 닭 기르고 돼지 치던 농가들마저 한우 사육으로 돌아서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부작용이 예견된 상황이었는데도,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결과였다. 여기에 사료값마저 1년 새 30%가량 급등해 축산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문제가 생기고 난 다음에야 사후적으로 ‘유통구조 개선’ 타령을 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품목마다 지금의 유통구조를 갖추게 된 배경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쇠고기만 하더라도 유통단계를 줄이는 방법은 도축을 통해 부위별로 잘게 썰어 소단위 포장하는 작업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처럼 단축된 과정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은 소비자들이 소단위 포장육보다는 소매점에서 직접 잘라주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란 게 농협 관계자의 지적이다.

    품목별 유통구조 따져봐야

    1년반 전 배추값이 포기당 1만원 넘게 폭등한 ‘배추 파동’이 일어났을 때도 정부는 유통구조를 개혁해 ‘중간상인의 폭리’를 뿌리뽑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어떻게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배추 소매가격이 산지(産地)가격의 평균 세 배에 달해 중간상인(산지유통인)이 폭리를 취한다는 논리였지만, 이들 중간상인은 산지에서 물건을 바로 떼다 파는 구조가 아닌 탓이다. 산지 가격은 흔히 말하는 ‘밭떼기’ 가격이어서, 그 다음에 비료와 농약을 치고 김을 매는 인건비 등은 고스란히 산지유통인의 몫이다. ‘반농반상(半農半商)’인 산지유통인은 당시 이상기온으로 재배물량이 줄어들어 오히려 곤욕을 치른 경우도 많았다.

    근본적으로는 국제 원유·곡물가격과 국내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금리 환율 등의 거시적인 정책수단을 통해 물가안정을 기해야 한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값 싸고 질 좋은 제품을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노력도 장려해야 할 대목이다. 자칫 차후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다 ‘오스트리치 빌리프’(ostrich belief: 궁지에 몰린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쳐박고 숨은 걸로 안다는 뜻)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손희식 생활경제부장 hsso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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