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문에"…美, 이란제재 신통치 않네
미국의 이란 석유 수출봉쇄 라인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다. 중국이 이란 석유를 계속 수입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인도와 터키도 예외 인정을 미국에 요구했다. 미국에 동참을 선언한 유럽연합(EU)도 국가별로는 입장이 엇갈려 전열이 흩어지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서 해군훈련을 다시 실시하기로 하고 결사항전의 의지로 맞서는 중이다. 이와 함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쿠바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를 방문, 반미국 전선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국제유가는 이란 리스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버티는 중국, 무너지는 전선

미국이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키자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이란석유 수입 유지 방침을 밝혔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제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도 일간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인도 정부가 미국에 이란산 석유수입 금지에 대한 예외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8일 보도했다. 란잔 마타이 인도 외무장관은 다음주 중 워싱턴을 방문, 예외 인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이란산 석유 하루 수입량은 34만1000배럴이다. 단일 국가로는 중국(54만3000배럴) 다음이다. 터키 등 미국에 예외 인정을 요구한 국가들의 이란석유 수입량은 생산량의 46%에 달한다.

가장 먼저 예외를 요청한 일본은 미국과 EU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입장을 바꿨다.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이란산 석유 수입량을 줄이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수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란 대통령 남미 방문 주목

미국은 중국 등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0~11일 중국을 방문, 제재 동참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란에서 수입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하고도 내심 예외 인정을 바라고 있는 일본을 방문해 단도리를 한다.

이란 역시 외교전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9일부터 5일간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니카라과, 쿠바, 에콰도르를 방문한다. 남미지역에서 반미국 전선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남미 국가들에 대해 “지금은 이란과의 어떤 관계도 강화해서는 안 될 시기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힘으로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랍권 위성채널 알아라비야는 지난 6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해군 훈련을 재차 실시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훈련은 이달 말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국은 호르무즈에 최신형 군함을 배치하겠다고 맞섰다.

시장은 관망세다. 호르무즈 봉쇄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값은 전날보다 0.25% 떨어진 101.56달러를 기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은 5% 미만이지만 실제로 이란이 봉쇄를 감행할 경우 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50달러 이상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