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앞으로 군사 전략의 우선순위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둘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 국방부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21세기 국방 우선순위’를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국방 우선순위를 반드시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방정부 재정난 타개를 위한 병력 감축안 등도 내놨다. 당장 한반도 안보 환경이 영향을 받게 됐다.

◆중국 견제, 예산 삭감이 핵심

‘21세기 국방 우선순위’에 담긴 미국의 뜻은 두 가지다. 우선 군사력이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파워로 부상할 중국은 미국 경제와 안보에 잠재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런 의도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은 이라크 전쟁이 종결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됐다.

‘21세기 국방 우선순위’는 저비용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회와의 합의에 따라 향후 10년간 국방비 4500억달러를 삭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회와 재정적자 축소 협상에 따라 추가로 5000억~6000억달러를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57만명인 육군 병력을 10년 내 49만명 선까지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지향해온 두 개의 동시 전쟁 전략을 폐기한다는 뜻이다.

◆한반도 어떤 영향

한·미는 미국의 이런 전략 수정으로 현재 2만8500명 선에서 유지되는 주한미군 전력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한반도에서 지상전이 벌어지고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에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연합전력을 바탕으로 대처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도 “미국 측에서 주한미군 전력에 영향이 전혀 없고 한반도 방위공약에도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미군 병력이 축소되면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전시 증원군 규모가 줄어들고, 전 세계 분쟁지역에 주한미군 투입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군은 이라크전 수행을 위해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를 이라크로 차출했다가 종전과 함께 미국 본토로 이동했다. 다른 지역과 한반도에서 전쟁이 한꺼번에 발생하면 미군의 대응 능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국방부는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전환 이후 적용될 새로운 작전계획인 ‘공동작계 5015’(가칭)에 증원전력 규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미측은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미국이 발표한 새로운 전략에 따르면 증원군이 오는 규모와 속도, 파견 여부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작권 전환과 맞물려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미국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방위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양국이 합의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2009~2013년 적용)에 따라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40%(올해 약 7460억원)를 부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다음 협상에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한국 측 분담 비율을 50% 수준까지 늘리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영식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