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실적은 주식시장 상황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거래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고 자기자본 투자와 투자금융(IB)에서도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모든 것이 정반대가 된다.

키움증권은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급락한 이후에도 매 분기 순이익을 10% 이상 늘렸다. 온라인 거래를 중심으로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였고 위험자산 투자 규모가 작아 큰 손실을 입지 않은 것이 비결이다.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 확대

'개미왕국' 키움증권, 나만 잘나가~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 3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키움증권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234억원에서 2분기 268억원, 3분기 298억원 등으로 매 분기 10% 이상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의 순이익 합계가 지난해 1분기 7245억원에서 2분기 7933억원으로 늘었다가 3분기 4478억원으로 급감한 것과 대조된다.

시장 전체의 파이는 줄었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결과다.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12.3%에서 3분기 14.0%, 4분기 16.0%로 급상승했다. 일별로는 17%를 넘을 때도 있다. 모바일거래 시장 점유율도 27.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고객 예탁자산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사상 최대인 11조2640억원으로 증가했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찌감치 온라인 주식거래에 집중하고 수수료를 선제적으로 낮춰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이 수수료율을 0.015%로 낮춘 이후 일부 증권사는 이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했지만 이미 키움증권이 흡수한 고객을 되찾아오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위험자산 노출도가 높은 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키움증권은 철저한 수수료 기반 수익구조로 안정된 실적을 내고 있다”며 이날 종가(5만5000원)보다 43.64% 높은 7만9000원을 6개월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수익구조 다각화 과제

고객예탁금 이용료율 인상과 신용공여 연체이자율 인하 등 증권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키움증권에 악재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예탁금 이용료율을 0.32%에서 0.55%로 0.23%포인트 높였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으로 키움증권의 순이자 수익이 연간 34억원 감소할 것”이라며 “연간 순이익의 2.4%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소액주주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파생상품 거래세 등 주식 관련 과세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키움증권을 포함한 증권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브로커리지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이 당장의 과제다. 키움증권이 작년 4~9월 신용공여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233억원으로 같은 기간 순이익(566억원)의 41.2%에 달했다. 신용융자 이자율도 대출 기간별로 연 9~12%에 달해 10%를 넘지 않는 다른 증권사보다 높다.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수료율을 업계 최저로 내려 고객을 끌어모은 뒤 이들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줘 이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