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스 vs CSI 수사대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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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 스토리 - 2030 기자의 아날로그 이야기
홈스는 관찰력 뛰어난 '휴민트 달인'…CSI는 디지털 장비로 범인 잡아
환경은 달라도 관건은 역시 '증거'
홈스는 관찰력 뛰어난 '휴민트 달인'…CSI는 디지털 장비로 범인 잡아
환경은 달라도 관건은 역시 '증거'
‘탐정’이란 단어를 들으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에르큘 포와로, 파일로 밴스, 앨러리 퀸 등 추리소설의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이름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혹자는 일본의 긴다이치 고스케나 그의 손자 김전일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은 셜록 홈스다. 영국의 소설가 코난 도일이 창조한 홈스는 19세기의 안개 가득한 런던을 배경으로 갖가지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현대에도 영화, 드라마 등으로 재탄생된 탐정의 대표격 인물이다.
◆사람들 어리둥절하게 하는 홈스의 추리
홈스의 가장 큰 매력은 과정을 생략한 채 추리 결과부터 말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코난 도일의 첫 장편소설 ‘주홍색 연구’에는 나오는 홈스의 말이다. “이 사건은 살인 사건이고 살인자는 남자입니다. 키는 180 이상이고 키에 비해 비교적 발이 작은 중년의 사내이지요. 구두코가 각진 싸구려 구두를 신고, 인도산 시가 트리치노폴리를 피웁니다. 범인은 어제 사륜 마차를 타고 피살자와 함께 여기 왔지요. 그 마차를 끄는 말의 편자는 낡은 것이지만 앞발 하나에 끼워진 편자는 새 것입니다. 살인자는 십중팔구 불그레한 얼굴에 오른손의 손톱이 유난히 긴 사람입니다.”
경찰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홈스는 뒤이어 어떤 이유로 이런 결과를 이끌어냈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알약과 여성용 결혼 반지, 발자국 등만을 보고 이 같은 추리를 해냈다. 홈스와 경찰들은 곧 현장을 다시 찾은 범인을 체포한다. 소설이다보니 당연하겠지만 범인의 인상착의는 홈스의 추리와 일치했다.
홈스 추리의 비결은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관찰 능력과 관찰한 것들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키는 직관이다. 홈스가 그의 파트너 왓슨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을린 피부와 절뚝거리는 발걸음 등을 보고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퇴역 군의관이란 사실을 알아맞춘다.
사실 그의 추리는 부단한 발품의 산물이다. 기자가 아는 소설·영화 속 탐정 가운데 홈스만큼 열심히 현장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드물다. 진흙탕을 기어다니며 범인의 흔적을 찾고 때로는 중병에 걸린 연기를 하기도 한다. 변장하는 일도 다반사다. 직접 사람을 찾아가고 때로는 정보원을 만들어 수집도 한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휴민트(인적정보를 통한 정보수집)’의 달인이었던 셈이다.
코난 도일의 후기 작품을 보면 독심술에 가까운 수준의 ‘무리수’가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애거서 크리스티는 ‘ABC살인사건’에서 포와로의 입을 통해 홈스를 비꼬기도 했다. “범인은 빨강 머리에, 왼쪽 눈이 사팔뜨기인 중간 키의 남자야. 그는 오른쪽 다리를 조금 절고 어깨 밑에 점이 있어. (중략) 자네는 내가 셜록 홈스처럼 이번 사건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구먼!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범인의 인상이나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물론, 도대체 어떻게 수사를 진행해야 될지조차 모르고 있다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CSI 과학수사대
21세기를 대표하는 탐정은 누가 있을까. 사설 탐정이 아닌 경찰까지 범주에 넣는다면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조직은 미국 드라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에 등장하는 과학수사대가 아닐까 싶다. 홈스와 달리 이들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범죄 현장에 남아있는 증거들로부터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총알의 흔적을 3차원으로 분석해 범인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찾기도 하고 CCTV에 남아있는 희미한 얼굴만 갖고 그의 신상을 파악하기도 한다. 휴민트보다는 ‘시진트(장비를 통한 정보수집)’에 방점이 찍혀있다.
홈스가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범인을 찾는다면 과학수사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범인을 찾는 대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홈스나 과학수사대나 필요한 증거를 찾아내 범인을 쫓는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CSI 라스베이거스에 등장하는 길 그리섬 반장의 말처럼 “증거만을 쫓을 뿐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사람들 어리둥절하게 하는 홈스의 추리
홈스의 가장 큰 매력은 과정을 생략한 채 추리 결과부터 말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코난 도일의 첫 장편소설 ‘주홍색 연구’에는 나오는 홈스의 말이다. “이 사건은 살인 사건이고 살인자는 남자입니다. 키는 180 이상이고 키에 비해 비교적 발이 작은 중년의 사내이지요. 구두코가 각진 싸구려 구두를 신고, 인도산 시가 트리치노폴리를 피웁니다. 범인은 어제 사륜 마차를 타고 피살자와 함께 여기 왔지요. 그 마차를 끄는 말의 편자는 낡은 것이지만 앞발 하나에 끼워진 편자는 새 것입니다. 살인자는 십중팔구 불그레한 얼굴에 오른손의 손톱이 유난히 긴 사람입니다.”
경찰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홈스는 뒤이어 어떤 이유로 이런 결과를 이끌어냈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알약과 여성용 결혼 반지, 발자국 등만을 보고 이 같은 추리를 해냈다. 홈스와 경찰들은 곧 현장을 다시 찾은 범인을 체포한다. 소설이다보니 당연하겠지만 범인의 인상착의는 홈스의 추리와 일치했다.
홈스 추리의 비결은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관찰 능력과 관찰한 것들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키는 직관이다. 홈스가 그의 파트너 왓슨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을린 피부와 절뚝거리는 발걸음 등을 보고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퇴역 군의관이란 사실을 알아맞춘다.
사실 그의 추리는 부단한 발품의 산물이다. 기자가 아는 소설·영화 속 탐정 가운데 홈스만큼 열심히 현장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드물다. 진흙탕을 기어다니며 범인의 흔적을 찾고 때로는 중병에 걸린 연기를 하기도 한다. 변장하는 일도 다반사다. 직접 사람을 찾아가고 때로는 정보원을 만들어 수집도 한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휴민트(인적정보를 통한 정보수집)’의 달인이었던 셈이다.
코난 도일의 후기 작품을 보면 독심술에 가까운 수준의 ‘무리수’가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애거서 크리스티는 ‘ABC살인사건’에서 포와로의 입을 통해 홈스를 비꼬기도 했다. “범인은 빨강 머리에, 왼쪽 눈이 사팔뜨기인 중간 키의 남자야. 그는 오른쪽 다리를 조금 절고 어깨 밑에 점이 있어. (중략) 자네는 내가 셜록 홈스처럼 이번 사건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구먼!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범인의 인상이나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물론, 도대체 어떻게 수사를 진행해야 될지조차 모르고 있다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CSI 과학수사대
21세기를 대표하는 탐정은 누가 있을까. 사설 탐정이 아닌 경찰까지 범주에 넣는다면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조직은 미국 드라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에 등장하는 과학수사대가 아닐까 싶다. 홈스와 달리 이들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범죄 현장에 남아있는 증거들로부터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총알의 흔적을 3차원으로 분석해 범인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찾기도 하고 CCTV에 남아있는 희미한 얼굴만 갖고 그의 신상을 파악하기도 한다. 휴민트보다는 ‘시진트(장비를 통한 정보수집)’에 방점이 찍혀있다.
홈스가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범인을 찾는다면 과학수사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범인을 찾는 대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홈스나 과학수사대나 필요한 증거를 찾아내 범인을 쫓는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CSI 라스베이거스에 등장하는 길 그리섬 반장의 말처럼 “증거만을 쫓을 뿐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