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사가 내려보낸 진정 사건 접수를 거부하는 등 검·경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대검찰청이 일선에 진정 사건 등의 내사지휘 자제 지침을 보냈다. 경찰서들과 지검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되는 와중에 일선에서의 충돌을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5일 대검은 내사지휘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일선에 시달했다고 밝혔다. 지침의 요지는 단순한 진정·탄원은 경찰에 내사지휘를 하지 않되, 실질적으로 고소·고발에 해당할 경우에는 고소·고발사건에 준한 수사지휘를 하는 방안이다. 이날부터 일선 지검들은 내사로 해석될 수 있는 사건은 경찰로 내려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측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및 시행령과 관련해 최근 일선에서 내사지휘에 대한 실무상 혼선이 있어 통일적 지침을 마련했다”며 “오는 26일 경찰청, 해양경찰청과 수사협의회를 열고 실무적 논의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태 전에는 검찰에 접수된 진정 등 사건은 검사가 경찰을 지휘해 초동수사를 진행했다. 처음부터 고소나 고발로 들어오는 사건은 접수되는 순간부터 수사 사건이 되는 것과의 차이다.

최근 경찰청이 일선에 내려보낸 수사실무지침에 따라 검찰이 내려보낸 진정 사건 등 내사 사건을 경찰이 접수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를 시작으로 10여곳 경찰서가 검사 사건을 실제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의 지침에 따르면 검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은 지휘를 받지만, 진정 등은 내사로 분류해 경찰이 접수하지 않도록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